윤석민(28, 볼티모어)이 지난 경기의 악몽을 딛고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3실점을 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좋았다. 많은 땅볼을 유도했고 변화구의 구사 능력은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모습을 과시했다.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팀인 노프크 타이즈에서 뛰고 있는 윤석민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빅토리 필드에서 열린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피츠버그 산하)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3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팀이 10-7로 이겨 7경기 만에 미국 무대 첫 승의 작은 감격을 안았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7.46에서 7.12로 조금 떨어졌다.
4회까지는 깔끔한 투구였다. 직전 등판이었던 스크랜턴/WB(뉴욕 양키스 산하)와의 경기에서 3이닝 11피안타(2피홈런) 2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졌던 윤석민은 이날 확 달라진 모습으로 비교적 강한 인디애나폴리스의 타선을 잠재웠다. 홈런 하나를 맞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많은 땅볼을 유도했다. 초반부터 터진 동료들의 득점 지원도 받았다.

방송 화면상 직구 최고 구속은 90마일(145㎞)이었고 대부분 80마일 후반대에 형성됐다. 윤석민의 최고치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주무기로 삼으며 구사 비중을 높인 체인지업의 위력은 좋았다. 대개 75~78마일(120~125㎞)에서 형성됐으나 간혹 80마일이 넘는 힘 있는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완급 조절을 했다. 이날 많은 땅볼을 유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날 땅볼은 9개, 뜬공은 3개였다. 직구 구속이 다소 아쉬웠지만 대신 변화구 위주로 피칭하며 인디애나폴리스 타선과 상대했다.
1회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경기를 시작했다. 딕커슨은 1루수 땅볼, 안디노는 좌익수 뜬공, 폴랑코는 2루수 땅볼로 잡았다. 2회에는 1사 후 에슐리에게 우중간 홈런을 맞고 첫 실점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잘 잡았다. 데커는 체인지업을 이용해 1루수 땅볼 처리했고 맥기니스 역시 체인지업으로 뜬공을 유도했다.
특히 중심타선과 맞선 4회 내용이 절정이었다. 선두 타자이자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인 폴랑코를 76마일(122㎞) 떨어지는 느린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체인지업의 완급 조절이 빛났다. 슬라이더를 던져 4번 하그를 유격수 땅볼로 잡은 윤석민은 전 타석에서 홈런을 허용했던 에슐리를 84마일(135㎞) 짜리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한복판으로 떨어지며 제구가 잘 됐다. 타이밍을 예상하지 못한 에슐리가 꼼짝없이 당했다.
다만 수비 지원은 여전히 아쉬웠다. 수비의 실책성 플레이가 5회 실점의 발단이 됐다. 선두 데커에게 89마일 직구를 던졌고 공이 좌측 담장 쪽으로 떴는데 롬바르도치가 타구를 놓치며 2루타가 됐다. 이후 다소 흔들리며 맥기니스에게 좌측 담장을 직접 때리는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이후 2번의 2루 땅볼로 1점을 더 내줬지만 어쨌든 리드를 지키는 등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였다. 연속해서 장타를 맞고 주저 앉았던 지난 경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씁쓸함을 남겼지만 이날 잘 던짐에 따라 윤석민은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T.J 맥파랜드가 불펜 요원으로 볼티모어에 콜업되는 등 최근 볼티모어는 불펜 및 마운드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경기를 제외한 최근 페이스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못할 것이 없는 윤석민이다. 다만 직구 구속을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변화구 위력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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