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선수 더스틴 니퍼트(33)가 ‘삼성 킬러’로서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니퍼트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9이닝 5피안타 2실점했다. 초반부터 폭발한 팀 타선의 도움을 받은 니퍼트는 부담 없이 긴 이닝을 소화하며 완투승으로 시즌 4승(4패)째를 챙겼다.
이날 이전까지 통산 삼성전 13경기에서 9승 1패, 평균자책점 1.91로 호투했던 니퍼트는 승리투수가 되며 삼성전 10승도 달성했다. 이 승리가 한국에서 거둔 42번째 승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 팀을 상대로만 10번이나 승리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기록이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니퍼트는 선두 박한이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해민의 번트 때 선행주자를 2루에서 잡았으나 박해민의 도루에 이은 양의지의 송구 실책, 채태인의 1루 땅볼에 선취점을 내줬다. 1회 투구 수만 26개로 긴 이닝을 소화하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니퍼트는 2회부터 삼성 타선을 쉽게 요리하기 시작했다. 주무기인 포심 패스트볼의 제구가 자유자재로 이뤄졌고, 니퍼트는 2회부터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도 적었지만 빠른 카운트에 범타를 유도해 1회에만 30개 가까이 던지고도 투구 수를 줄여 나가며 혼자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전날 4홈런으로 유희관을 무너뜨린 삼성 타선이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1회초를 제외하면 맥을 추지 못했다. 삼성은 지난달 16일 대구 경기에서도 7이닝 4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호투한 니퍼트에 눌리며 패한 데 이어 잠실로 옮겨서도 니퍼트를 공략하지 못했다.
당시 니퍼트는 150km에 이른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를 앞세워 삼성 타선을 상대했다. 던진 공의 70% 정도가 빠른 공이었을 정도로 니퍼트는 변화구 대신 빠른 볼을 이용한 정면승부를 선택했고, 효과를 봤다. 삼성과의 시즌 2번째 맞대결 역시 니퍼트의 선택은 강속구였고, 삼성 타선은 스트라이트존 코너를 통과하는 니퍼트의 공에 적응하지 못했다.
잠실구장과 토요일, 그리고 니퍼트까지. 두산이 삼성을 상대로 승리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날 이전까지 토요일에 치른 6경기에서 전패했던 삼성은 7번째 토요일 경기에서도 승리를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천적인 니퍼트가 있었다. 니퍼트의 이날 승리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나온 첫 완투승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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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