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후보자 검증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원칙과 신뢰가 깨진 우리 사회에 과제를 제시했다. 소 잃고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는 뼈아픈 반성을 강조한 시간이었다.
‘무한도전’은 지난 10일 방송된 ‘선택 2014’ 특집 2탄에서 멤버들이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 속도 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몰래 카메라가 진행됐다. 이날 멤버들은 추격전이라는 제작진의 설명만 믿고 운전을 하다가 그만 30km 제한 속도를 넘어선 운전을 했다.
차세대 리더 선출 과정에서 필요한 후보자 검증이라는 장치를 내세웠지만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드러난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부실과 비리, 미숙한 국가 재난 대처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투명하고 원칙조차 없는 관행의 연속은 수백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짜 원인이었다.

이 가운데 규정 속도 준수라는 원칙을 지키지 못해 반성하고, 반성을 넘어 원칙을 지키겠다고 약속을 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안방극장에 성찰의 시간을 갖게 했다. 유재석이 “우리들이 알지만 등한시했던 원칙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부분이 있다. 주의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와장창 깨져버린 원칙과 신뢰에 대한 비판을 넘어 발전을 위한 주춧돌을 세우고자 한 것.
‘무한도전’은 또 한번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생긴 막강한 영향력을 공익적인 목적으로 뜻깊게 활용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한숨과 분노,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원칙을 지키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너무도 쉬운 길을 제시했다. 작고 사소한 일부터 규정을 준수하는 것, 세월호 참사로 희생한 피해자들을 위한 진짜 온정의 손길을 ‘무한도전’이 살짝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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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