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신구조화 가능성이 보인다.
리드오프로 나서고 있는 백창수(26)와 필승조 정찬헌(24)이 10일 목동 넥센전에서 동반 활약, 넥센전 7연패 최근 3연패 탈출에 큰 힘을 보탰다. 5경기 연속 1번 타자로 출장 중인 백창수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정찬헌은 7회말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으로 시즌 첫 홀드를 올렸다.
LG가 부진한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는 신구조화 실패다. 지난해 김용의와 문선재처럼 에너지를 불어넣는 신예세력이 없다. 김용의는 타율 2할2푼5리를 치고 있고, 문선재는 8푼3리로 2군에 내려가 있다. 둘은 지난해 LG가 상승기류를 타기 전인 이맘때 각각 타율 3할1푼3리, 2할7푼8리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바 있다.

베테랑 4인방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은 활약이 보장된 타자다. 그런데 야구는 타자 4명만으로는 할 수 없다. 9명의 타자가 균형 잡힌 타선을 이뤄야 쉽게 점수가 난다. LG에서 베테랑 4인방은 상수다. 이들 앞뒤에 자리한 중고참과 신예선수들이 변수에서 상수로 성장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변수인 백창수가 상수가 된다면, 아니 상수는 아니더라도 작년 김용의나 문선재의 역할만 해도 LG 타선에 신선한 바람이 분다.
내야수 백창수는 밑바닥부터 올라왔다.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후 퓨처스리그서 실력을 키워 경찰청에 입대했다. 2013년 가을 경찰청을 전역하고 LG로 복귀, 마무리캠프서 1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고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올랐다. 스프링캠프에선 외야수비 훈련에 임했다. 개막을 앞두고 LG 코칭스태프는 백창수를 1군 콜업 우선순위에 놓았다. 백창수는 자신이 LG 1군 1번 타자인 게 믿기지 않는다고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이전부터 백창수에 대한 그림을 그려놓았다.
사실 LG에는 최고의 1번 타자 박용택이 있다. 박용택이 아닌 백창수가 1번 타자로 나가는 것은 전력 낭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계현 수석코치는 체력 세이브를 위해 박용택을 클린업에 놓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출루율 4할3푼4리의 보장된 타자대신 1군 경험이 50경기도 안 되는 신예를 리드오프로 기용 중이다. 물론 백창수가 부진하다면, 언제든지 박용택을 다시 1번 타자로 복귀시킬 수 있다. 일단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이다.
투수 쪽도 타자 쪽과 마찬가지다. 신구조화를 이룰 때 마운드가 높아진다. 신예세력은 마운드에 힘을 불어넣고, 베테랑들은 경험을 더한다. 지난해 LG 불펜 필승조는 유원상 외에는 모두가 30대 이상이었다. 단순히 힘 하나로 상대 타자를 찍어 누르는 유형보다는 기교파 스타일이 많았다. 힘으로 밀어 붙여야할 때가 있는데 LG 불펜은 이 부분에서 애를 먹었다.
때문에 정찬헌은 올 시즌 LG 불펜진의 희망이었다. 1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150km에 가까운 강속구를 뿌렸고 시즌 개막까지 페이스가 이어졌다. 구위 하나만 놓고 보면, 당연히 팀 내 최고였다. 그러나 세밀함이 부족했고, 끝내기 홈런·결승 적시타를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빈볼 사건의 중심에 섰고 5경기 출장정지 징계도 받았다.
그만큼 정찬헌의 홀드는 의미가 있다. 리그서 가장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넥센 클린업을 잡아냈다. 7회말 이택근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 이택근을 1루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8회말 박병호에게 좌전안타를 내줬지만, 강정호와 대타 김민성을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힘 대 힘의 대결에서 정찬헌이 승리했다.
이대로라면 백창수와 정찬헌은 LG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것이다. 백창수는 침착함과 과감함을 모두 지녔다. 빠른 다리로 공수에서 야수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정찬헌은 붕괴된 불펜진을 다시 세울 재목이다. 10일 넥센전처럼 정찬헌이 봉중근 앞에 다리가 되면 더할 나위 없다. LG가 안정적인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백창수와 정찬헌이 신구조화 중심이 돼야한다.
한편 둘의 활약은 1군 경기를 지켜보는 2군 선수들에게도 힘과 꿈이 되고 있다. 왼쪽 무릎 부상으로 재활 중인 조윤준은 1군 경기를 지켜보면서 “창수형 정말 대단하다. 1군 경기서 전혀 긴장하거나 움츠려들지 않는다. 우리 팀의 희망이다”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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