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공주'(이수진 감독)가 2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달 17일 개봉한 '한공주'는 10일까지 총 20만 7039명(영진위)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8위를 기록했다. 100개 남짓한 스크린에서 입소문만으로 거둔 눈부신 성과다.
한국 독립영화(극 영화 부문) 신기록을 쓰며 주목받은 '한공주'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가게 된 공주가 아픔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이야기를 그렸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상기시킨다. 아프지만 희망적이다. 제13회 마라케시 국제영화제와 제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각각 대상격인 금별상과 타이거상, 제16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는 심사위원상, 국제비평가상, 관객상 3관왕을 차지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심사위원이었던 프랑스 여배우 마리옹 꼬띠아르의 극찬은 유명하다.
공주를 표현해 낸 천우희의 캐릭터 연기가 많이 회자된다. 전형적이거나 진부하지가 않다. 그런 험한 일을 겪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아니며 꾹꾹 눌러담은 듯, 진짜 고등학생 같은 그의 연기는 영화를 몰입시키는 힘이 된다.

"감정을 표출해버리면, 시원할 수는 있을 거 같았어요. 그런데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이 친구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죠.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 거의 표현을 안 하고 표정을 지우고 무덤덤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연기를 할 때 내적으로 힘들고 갈등을 겪어도 내색을 최대한 하지 말아야지, 라고 했어요. 뭘 안 하려고 했죠. 다만 이 상황에 놓여져 있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진정성 있게 표현하기 위해 준비단계에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공주를 연기하며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다는 그다. ""촬영을 하고 나서 반성을 많이 했다. 주변에 만약 이런 상황에 놓인 친구가 있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그들(공주를 외면하거나 괴롭히는 사람들)하고 똑같지는 않았을까, 라는 죄책감이 느껴지더라. 만약 이러한 일, 아주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이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라고 영화를 통해 자신도 돌아보며 진지한 고민을 했음도 털어놨다.

그런가하면 가해자의 중심에 있는 '스태플러' 민호 역을 맡은 김현준 역시 눈길을 끈다. 그는 "(민호에 대한)거부감은 좀 있었죠, 물론. 하지만 전체적인 대본 숙지를 하고 나니 작품이 정말 좋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하는, 좋은 마음으로 임했습니다"라고 작품에 임한 소감을 전했다.
주위의 반응을 물었다. 이에 그는 담담하게 "지인들이 X또라이님이라고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되게 기분좋은 얘기는 절 아시는 분들이 김현준이 나쁜 짓을 했다고 보는 게 아니라, '민호'가 나쁜 애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민호에게서 김현준이 안 보였다는 건 배우로서 칭찬이니까요"라고 말하며 연기자로서 배역에 충실했음을 밝히기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아이. 일상생활을 하듯 자연스럽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것이 폭력이란 것을 알지도, 관심도 없는 듯 또 금방 잊어버릴 것만 같은 아이. 이수진 감독이 이런 민호에 대해 어떤 디렉션을 했냐고 묻자 김현준은 "너는 이미 나쁜 아이고, 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힘을 빼고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민호라는 아이는 아무 죄책감 없이, 정말 친구한테 장난 치듯 해야한다고요"라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잘 가지 않아 주위에 있는 전직 일진 아이들을 수소문해서 만나면서 캐릭터를 연구했다는 그는 '컷' 소리가 나면 천우희에게 "누나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미웠지만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젊은 남자배우의 발견이다.
한편 '한공주'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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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포스터(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