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선발진은 이번 9연전을 맞아 흔들렸다. 6일 사직 롯데전부터 9일 잠실 삼성전까지 4경기에서 두산 선발진은 13⅓이닝 25실점으로 최악의 부진을 이어갔다. 홍상삼과 임시 선발 정대현은 물론 믿었던 노경은, 유희관마저 무너졌다.
하지만 위기에서 두 장신 우완투수들이 팀을 구했다. 바로 외국인 선발 듀오인 더스틴 니퍼트와 크리스 볼스테드다. 이들은 각각 10일과 11일 잠실에서 삼성과의 경기에 등판해 2경기 연속 완투급 역투로 도합 17⅓이닝을 3실점 처리하고 승리를 챙겼다. 이들 덕분에 팀도 위닝 시리즈를 가져가며 9연전을 5승 4패로 마칠 수 있었다.
먼저 나온 니퍼트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처음으로 완투한 투수가 됐다. 니퍼트는 삼성 타선을 맞아 9이닝을 5피안타 2실점으로 막은 뒤 자신의 승리보다 “불펜 투수들이 휴식을 해서 만족한다”는 말을 남겨 팀을 먼저 생각하는 에이스의 자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니퍼트의 기를 이어받은 볼스테드 역시 호투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강속구를 앞세워 많은 삼진을 잡는 피칭은 아니었지만, 변화가 심한 투심 패스트볼 위주로 범타를 유도하며 볼스테드는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을 피해갔다. 볼스테드는 8⅓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3승(2패)에 성공했다. 자신의 한국무대 첫 완봉은 놓쳤지만 한국에서 보여준 최고의 호투는 확실했다.
전날 니퍼트가 불펜에게 휴식을 줘 볼스테드는 5이닝만 잘 막으면 된다는 편한 마음으로 피칭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볼스테드는 기대 이상으로 9회 1사까지 마운드에서 버티면서 정재훈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에게 휴식할 시간을 하루 더 선물했다.

‘전광판 사건’의 악몽에서도 이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지난 4월 18일 잠실 롯데전에서전광판 소동까지 일어나는 불운 속에 볼스테드는 안정된 피칭을 하지 못했고, 이후 2경기에서도 불안했지만, 최근 2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되며 점점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살아나며 두산 선발진은 위기에서 벗어났다. 니퍼트와 노경은의 상태가 생각보다 올라오지 않았던 4월의 선발진은 유희관이 끌어줬지만, 이제는 선발진 전체가 자신의 부진을 만회하고 정상 궤도에 올라서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시기에 나온 두 외국인 선발투수의 연이은 호투는 두산에게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nick@osen.co.kr
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