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32)는 이제 롯데팬들 사이에서는 '신앙'이 됐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히메네스의 활약을 찬양하는 '히메네스 휘날리며'라는 노래가 올라 왔는데, '차갑게 식어가는 사직을 위해 친히 바다를 건너오신 그분'이라는 가사와 함께 장엄한 음악이 깔린다.
히메네스는 찬양받을 만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11일 현재 타율 3할9푼8리(103타수 41안타), 홈런 8개에 31타점을 올리고 있는데 타율은 2위, 홈런은 3위, 그리고 타점은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 부상으로 일주일 넘게 결장했음에도 히메네스의 타점 생산력은 독보적이다.
작년 롯데 4번 타자들이 기록한 성적은 타율 2할3푼4리, 홈런은 고작 11개에 불과했고 타점은 85점에 그쳤다. 여러 선수들이 4번 자리를 거쳐갔지만 누구도 정착하지 못했고 이는 팀 타선의 전반적인 약화를 불러왔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2위인 롯데가 4강 진출에 실패했던 원인도 투타 불균형에 있었다.

그랬던 롯데에 히메네스와 같은 4번 타자가 들어왔으니 어찌 팬들이 찬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벌써 작년 4번 타자들이 기록한 홈런 개수를 따라잡을 기세다. 찬스 때마다 히메네스가 등장하면 롯데 팬들은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데, 이는 4할3푼8리에 달하는 득점권타율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얼마 전 히메네스의 선구안 수련법이 화제가 됐었다. 히메네스는 자신의 헬멧 안쪽에 양궁 과녁 2개가 이어진 그림을 붙이고 다닌다. 그는 경기 중에도 수시로 자신의 표적을 바라보는데, 이 방법을 따르면 눈의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강조한다. 히메네스는 "미국에서 뛸 때 팀 동료에게 권유받고 시작했는데, 이걸 하고나니 선구안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팀에서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뽐내는 타자가 공개한 비법, 롯데 선수들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 손아섭은 "별 효과가 없는 것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손아섭의 헬멧 챙에도 표적이 붙어 있었다. 그 효과에 대해 물어보니 손아섭은 "예전에도 가끔씩 써봤던 방법"이라며 씨익 웃었다.
이제는 이 표적이 아예 사직구장 트레이닝실 입구에 붙어 있다. '히메네스가 가르쳐주는 집중력 키우기'라는 글과 함께 그 방법이 상세하게 쓰여 있다. 방법은 이렇다. 일단 양눈으로 우측 타겟을 응시하고 그 뒤 양눈으로 좌측 타겟을 본다. 그리고 두눈으로 양쪽 타겟을 응시하면 타겟이 세개로 늘어나는데, 이때 가운데 타겟에 집중하면 된다.

모든 선수들에게 이 방법이 맞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올해 롯데 선수들은 유난히 타석에서 끈질긴 승부와 선구안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히메네스 표적지의 힘일까, 한 선수는 "아무리 봐도 표적이 세개로 늘어나지 않는다. 원래부터 난 매직아이를 못 봤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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