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운 없는 선수가 또 있을까. ‘캡틴’ 스티븐 제라드(34, 리버풀)의 우승 꿈이 또 물거품이 됐다.
리버풀은 11일 밤 11시(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리버풀 안필드에서 벌어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같은 시간 벌어진 프리미어리그 선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는 맨시티가 2-0으로 이겼다. 이에 승점 86점의 맨시티는 리버풀(승점 84점)을 승점 2점 차로 제치고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승이 간절한 제라드는 최선을 다했다. 전반 20분 스크르텔이 자책골을 넣었지만 리버풀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후반 18분 제라드의 패스를 받은 아게르가 헤딩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제라드는 2분 뒤 다니엘 스터리지의 역전골까지 어시스트했다. 일단 리버풀은 최선을 다해 뉴캐슬을 꺾고 웨스트햄이 맨시티를 이겨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이변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자 '리버풀의 심장' 제라드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뒤 홈팬들 앞에서 박수를 쳤다. 홈팬들도 수고한 제라드를 박수로 위로했다. 제라드는 한 경기 도움을 두 개나 올렸지만 우승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1998년 데뷔 후 그 어느 때보다 첫 리그우승에 가까웠던 제라드였기에 우승불발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무관’인 제라드는 2002년과 2009년에 이어 리그 준우승만 세 번을 기록하게 됐다. 이렇게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우승복이 지지리도 없는 선수도 찾아보기 어렵다.
리버풀은 지난 4월 13일 맨시티를 3-2로 꺾을 때만 하더라도 자력우승이 유력했다. 제라드는 선수들을 불러모아 놓고 “우리는 노리치 시티로 가서 똑같이 한다. 우리는 함께 간다”며 일말의 방심을 경계했다. 리버풀은 20일 노리치 시티를 3-2로 힘겹게 꺾으면서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은 듯 했다.
하지만 27일 첼시전이 문제였다. 특히 제라드가 치명적 수비실수로 선제 결승골을 헌납한 것이 ‘나비효과’가 됐다. 첼시전 패배로 역전의 빌미를 준 리버풀은 6일 크리스탈 팰리스와 3-3으로 비기며 선두에서 밀려났고, 자력우승이 불가능해졌다.
스포츠에 가정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제라드가 첼시전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승세를 이어간 리버풀은 충분히 우승도 넘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제라드의 작은 실수가 결국 우승실패라는 큰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온 셈이다. 그토록 우승을 염원하던 제라드 본인이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얄궂고 안타까운 운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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