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의 속설이 다시 한 번 맞아 떨어졌다. 롤챔스 8강 탈락, NLB 결승진출 좌절 등 연이은 악재들로 SK텔레콤 K를 장밋빛으로 보는 시선은 없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매서움이 사라진 팀, 이빨 빠진 호랑이 등으로 비하하는 글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SK텔레콤 K는 다시 한 번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줬다. 한국 LOL e스포츠 저력을 머나먼 유럽의 중심인 프랑스 파리에서 전세계 7000만 LOL 유저들에게 제대로 보여줬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북미 클라우드9, 유럽의 프나틱, 중국의 OMG, 동남아시아의 TPA까지 내노라하는 강팀들은 SK텔레콤 K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압승을 거두는 장면도 많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극적인 명승부도 한국에서 응원하는 팬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9세트 무실 세트 전승 우승으로 LOL e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SK텔레콤 K의 전승 우승의 순간을 다시 정리해 봤다.

▲ 9일 오전 동남아시아 대표 TPA, 상쾌한 출발
기세가 주춤해졌다는 걱정은 기우였다. 지난 롤드컵 챔프 SK텔레콤 K와 롤드컵 시즌2 우승팀인 TPA와 경기에 쏠리는 관심은 대단했지만 싱거운 승부였다. 역시 SK텔레콤 K라는 찬사가 절로 나오는 경기력이었다. SK텔레콤 T1 K가 명불허전 실력을 뽐내며 롤 올스타전 서전을 완승으로 장식했다.
초중반까지 잠시 접전이 펼쳐지면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지만 팬들을 더욱 즐겁게 했던 것은 뒤로 갈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SK텔레콤 K의 응집력이었다. 6-7 상황에서부터 힘을 발휘한 SK텔레콤 K는 총공세로 전환한 20분 경 글로벌 골드를 5000이상 벌리며 달아나기 시작했고, 한 타 싸움마다 승리를 일궈내면서 16-8 더블 스코어로 승리를 이끌었다.
▲ 9일 오전 북미 대표 클라우드9, 르를랑의 환상 캐리 역시 페이커
'페이커' 이상혁의 진가가 드러난 경기였다. 초반 페이커의 르블랑이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면서 초반 승부가 결정난 경기. 여기다가 다른 지역에서도 선수들이 기막히게 호응하면서 SK텔레콤 K가 압승을 거뒀다.
프나틱을 제압하면서 기세가 올랐던 클라우드9은 전체라인이 일순간에 붕괴되면서 28-7로 경기를 내줬다. 클라우드9은 경기 도중 SK텔레콤 K의 경기력에 질린 표정을 내비치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9일 오후 중국 대표 OMG, 우승 예약
사실상 1위 결정전으로 주목받았던 중국 대표 OMG도 SK텔레콤 K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다. 시작부터 치열하게 킬을 주고 받았지만 중앙 싸움에서 경기의 승패가 갈렸다. K는 초반 일거에 3데스를 허용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페이커' 이상혁의 오리아나 춤추면서 맹렬하게 추격을 개시했다.
승부처는 내셔 남작을 둘러싼 바론버프 싸움. 바론 버프를 노리는 척 싸움을 유도한 K는 OMG챔피언들을 기막히게 사냥하면서 승기를 잡았고, 벼랑 끝에 몰린 OMG는 죽을 자리인 줄 알면서도 물러서지 못하고 쓰러져나갔다. 글로벌골드를 20분경 1만 이상으로 벌린 SK텔레콤 K는 26-15로 경기를 매조지하면서 3연승을 기록했다.

▲ 10일 오전 유럽대표 프나틱, K만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세리머니
한국 대표 SK텔레콤 K는 유럽대표 프나틱까지 잠재우면서 풀리그 전승의 기염을 토했다. 4200명의 팬들이 일방적으로 초반 프나틱을 응원했지만 전 선수가 롤드컵 시즌3 우승을 기념하는 챔피언과 헌정 스킨을 장착하면서 분위기를 자신의 쪽으로 끌고 오는 매력도 발산했다.
유리함을 지켜가는 속에서 프나틱의 추격을 받아 치러진 치열한 난타전 상황에서 SK텔레콤 K는 SK텔레콤 K는 27분 경 내셔남작 싸움에서 제드가 카직스를 잡아내는 것을 시작으로, 쉬바나를 제외한 프나틱 모든 챔피언을 잡아냈다. 내셔남작 버프로 SK텔레콤 K은 한번에 기세를 가져왔다. 프나틱을 응원하던 현지 팬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결국 22분 잭스가 순간이동으로 넥서스를 깨면서 경기를 끝맺었다.
롤 올스타전에서 SK텔레콤 K는 OMG, 클라우드 9 등 대륙 최강팀들을 모두 이기면서, 인비테이셔널 예선 1위에 올랐다.
▲ 11일 오전 4강 프나틱, 이제 남은 건 전승 우승
프나틱과 4강서 다시 만났지만 한 번 당한 노림수에 두 번은 흔들리지 않았다. 프나틱은 상단에서 룰루, 중단 케일을 1세트서 2세트에서는 정글러 녹턴 카드를 꺼냈지만 K를 무너뜨리기에는 무리였다.
일방적인 SK텔레콤 K의 승리였다. 1세트는 15분만에 SK텔레콤 K가 승전보를 전했다. 2대 1의 승부에서도 킬을 따내는 찬사를 받았던 '페이커' 이상혁은 중반 이후 4대 1 승부에서도 2킬을 뽑아내는 괴력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2세트 역시 K의 압승이었다. 프나틱이 집중적으로 이상혁을 견제했지만 다른 지역에서 균형이 무너지면서 K가 27분만에 21-6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 11일 오후 결승 OMG, 다시 한 번 역사를 쓰다
SK텔레콤 K는 정말 강했다. 유일한 맞수로 꼽혔던 OMG는 K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3-0 완승, 9세트 무실세트 우승으로 올스타전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머나먼 유럽의 중심 프랑스 파리 르 제니스 아레나가 SK텔레콤 K를 응원하는 함성으로 가득찼다.
1세트 OMG의 조직적인 반격에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이 빛을 발하면서 킬 스코어는 뒤쳐지지만 글로벌 골드에서 앞서는 상황을 만든 K는 OMG의 기를 꺾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는 이상혁의 원맨쇼였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카드던지기와 글로벌궁극기를 활용한 이상혁은 일당백의 솜씨로 상대 챔피언을 주물렀고, 중앙을 일찌감치 K가 장악하면서 점수는 2-0으로 벌어졌다. 3세트는 더욱 일방적이었다. 승기를 잡은 K는 OMG에게 공포를 선사하면서 25-4로 경기를 매조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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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프랑스)=정자랑 기자 luckyluc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