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한 달간 외국인 타자의 공습경보에 숨 죽였던 프로야구였다. 그러나 전열을 정비한 토종들의 반격이 시작된 모습이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각 팀의 간판타자들이 서서히 올라오는 타격감을 과시하며 점차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올 시즌부터 바뀐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에 따라 대거 한국무대를 밟은 외국인 타자들은 시즌 초반 큰 화제를 뿌리며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장타에서 파괴력이 도드라진다. 11일 현재 홈런 부문 10위권 내에는 총 5명의 외국인 타자(칸투, 히메네스, 조쉬벨, 필, 테임즈)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 타자 9명이 때린 홈런(52개)는 전체 홈런(263개)의 19.8%에 달한다. 9명이서 리그 전체 홈런의 20%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에 비하면 외국인 타자들의 독주도 많이 완화됐다는 평가다. 시즌 초반 부진하던 토종 타자들이 상승세를 타며 점차 자기 기록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타격 10위권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던 외국인 타자들의 이름은 히메네스(롯데, 2위)를 제외하면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외국인 타자들에 대한 견제가 심해진 것도 이와 연관이 있지만 토종들의 분전도 중요한 요소다.

실제 개막 한 달 이후라고 볼 수 있는 4월 25일 이후 성적은 토종들의 이름이 도드라진다. 4월 25일 이후 30타석 이상에 들어선 선수 중 최고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나지완(KIA)으로 4할8푼8리의 맹타를 기록 중이다. 2위 이진영(LG, .462), 3위 서건창(넥센, .450), 4위 최형우(삼성, .425), 5위 김태균(한화, .424) 등 10위 김현수(두산, .403)까지가 모두 국내 타자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나지완 최형우 김태균 김현수 등 각 팀 간판타자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반면 4월 25일 이후 3할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외국인 선수는 히메네스(.397)와 칸투(두산, .375), 나바로(삼성, .351)까지 세 명이다. 로티노(넥센, .250), 조쉬벨(LG, .236), 피에(한화, .185) 등은 자신의 시즌 평균에 비해 한참 못 미치고 스캇(SK)은 부상으로 한 경기에도 뛰지 못했다.
그렇다면 시즌 초반 외국인들의 독무대였던 홈런은 어떨까. 이 부문에서도 국내 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다. 박병호가 4월 25일 이후에만 10개의 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한 것을 비롯, 강정호(넥센, 6개), 김현수 홍성흔(이상 두산, 4개) 등 국내 선수들이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는 칸투(두산, 5개)와 히메네스(롯데, 4개), 필(KIA, 3개)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1개의 홈런에 그치거나 아예 홈런포를 신고하지 못했다. 타점에서도 이 기간 선두는 김현수로 19개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이 현상에 대해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보였던 외국인 타자들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면서 타율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반면 슬로스타터 기질을 가진 국내 간판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은 점차 올라오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사실 외국인 타자들의 맹활약은 투고타저 완화와 흥행에서 도움이 되긴 하지만 국내 타자들의 입지 축소라는 점에서 모든 것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국내 타자들이 이처럼 균형을 맞춰갈 수 있다면 선의의 경쟁을 통한 수준 향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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