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1번’ 김강민, 신개념 리드오프 변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12 13: 01

김강민(32, SK)이 풀타임 리드오프로서의 순조로운 출발을 알리고 있다. 걱정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변신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 전통적 리드오프의 정의를 바꿔놓을 움직임까지 보여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근우(한화)의 이적으로 팀의 붙박이 리드오프가 된 김강민은 11일 현재 올 시즌 30경기에서 타율 3할1푼1리, 4홈런, 16타점, 8도루라는 균형 잡힌 성적을 내고 있다. 1번 자리가 아주 낯선 선수는 아니지만 생애 첫 붙박이 1번 도전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일찌감치 김강민을 1번으로 낙점한 SK 벤치의 선택이 지금까지 잘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사실 이리저리 신경이 쓰이는 변신이었다. 김강민 스스로도 “1번 타자가 됐으니 출루율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음가짐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의 예감이다. 출루율은 3할9푼7리로 리그 20위에 올라 있다. SK에서는 타격 1위 이재원(.491)에 이은 2위 성적이다.

올 시즌 30경기에서 김강민이 1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한 경기는 22경기였다.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에서도 볼넷을 착실히 골라내 출루에 성공하지 못한 경기는 고작 2경기에 불과하다. 리드오프로서의 제 몫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도루도 8개를 성공해 리그 공동 8위고 88.9%의 성공률 또한 돋보인다. “출루를 많이 하고 잘 뛰어야 한다”라는 전통적 리드오프론과 부합하는 1번 타자다.
하지만 김강민의 가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리그에서 보기 드문 ‘강한 1번 타자’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김강민은 올 시즌 벌써 4개의 홈런을 쳐냈다. 전체 37개의 안타 중 16개가 2루타 이상의 장타로 장타율은 5할2푼1에 이른다. 장타율 부문에서도 15위에 올라있는 등 ‘출루+장타’의 이상적인 활약을 진행 중이다. 0.918의 수준급 OPS(출루율+장타율)가 이를 증명한다. 전통적 1번에서 한 걸음 더 나간 신개념 리드오프다.
리드오프라는 새 옷보다는 자신의 타격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 덕이다. 김강민은 시즌 전 “출루율에 신경을 쓰겠지만 내 타격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구상을 드러냈다. 너무 출루에 신경을 쓴 나머지 짧게 치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필요할 때는 적극적인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선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 4할7푼6리의 고타율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벌써 16개의 타점을 수확한 비결이다.
지난해부터 수정을 가한 테이크백 자세도 장타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수정된 타격폼에 자신감을 찾은 김강민은 “강한 타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올 시즌 이와 같은 모습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강민의 타구를 보면 빨랫줄 같은 중장거리 타구가 많다. 이처럼 김강민은 올 시즌 기회를 만들어주는 임무는 물론 해결사 임무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리그 최고의 중견수 수비는 건재하다. 체력적 부담만 잘 이겨낼 수 있다면 공·수·주 3박자에 어느 타순에서나 활용 가능한 김강민의 가치는 FA시장에서 폭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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