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준상의 도전은 끝이 없다. 그가 걸어온 행보를 찬찬히 살펴보면 '북촌방향', '터치' 등의 저예산 영화부터 '잠베지아:신비한 나무섬의 비밀' 애니메이션 더빙도, KBS 2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선 국민 남편으로, 도전은 쉼 없이 계속됐다.
'전설의 주먹' 이후 다시 스크린을 찾은 그는 또 도전을 시작했다. 이번엔 두 얼굴을 지닌 사나이다. 극 흐름에 중요한 반전을 선사하는 만큼 그가 맡은 송 반장 캐릭터는 굉장히 입체적이다.
전후가 다른 인물을 연기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을 터. 실제로 '표적'을 놓고 고민하는 유준상을 설득하기 위해 '표적'의 메가폰을 잡은 창감독의 삼고초려와도 같은 구애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유준상 본인은 이 고민에 대해 '캐릭터의 설득력'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기존 흔히 봐왔던 악역과 같은 캐릭터로 흐르게 될까 걱정도 했었다고.

"제가 많이 나오고 안 나오고 이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짧은 장면들을 가지고 캐릭터를 소화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어요. 자칫 기존의 악역들처럼 똑같은 노선으로 흐를까 봐 고민했던 거예요. 다행히 제작사 대표님과 감독님이 다 제가 캐릭터를 잘 설명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극 중 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재미들, 디테일들을 찾았고 그걸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죠. 제가 웬만하면 작품 하면서 애드리브를 잘 안 해요. 그런데 이 작품은 애드리브가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준상의 도전에 대한 본능은 결국 '표적'을 선택하게끔 했다. 시나리오를 읽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단 하나의 장면이 그의 도전의식을 불태웠다. 그리고 그 결과 관객들은 '국민 남편' 방귀남이 악독한 악역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그 장면은 비밀에 부쳐야겠지만 한 가지 힌트를 준다면, 김성령과 관련 있다 하겠다.

"제가 해외에 있을 때 '표적'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시나리오를 읽다가 한 장면이 마음에 들었죠. 그 장면을 위해 영화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비록 분량은 적지만 비중을 떠나서 장면이 내 마음에 들면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신이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다고 연락했어요(웃음). '국민 남편' 등 착한 이미지가 바뀔 것이라는 걱정은 없었어요. 착한 이미지 때문에 악역을 꺼리거나 이런 것 전혀 없죠. 지금 악역을 했지만, 다음 작품에서 캐릭터가 좋다면 또 악역을 할 거에요."
'표적'에 이어 스크린에서 조만간 유준상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전규환 감독의 '화가'는 물론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에도 출연했다. 상업영화와 저예산 예술영화를 자유롭게 오가는 행보다. 이와 같은 행보에 대해 유준상은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에선 할 수 없는 외국인 역할, 예를 들면 '삼총사'의 아토스 같은 것을 하며 도전을 하듯, 장르를 오가는 것 역시 다양한 실천을 하는 것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단, 할리우드 진출을 하면 스크린에서도 '아토스'를 할 수 있지 않나 농담을 던지며 껄껄껄 웃는 유준상 덕분에 인터뷰의 분위기가 한층 화기애애졌다는 건 비하인드 스토리.
"저예산 영화들은 상업적으론 볼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제가 언제 삼총사가 돼보겠어요.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는 못하잖아요. 그런 의미로 저예산 영화는 상업적으론 볼 수 없다는 의미도 있고 다양성 있는 실천을 해보려고 출연을 하는 거에요. 저도 하면서 즐겁고 이걸 보는 관객이 몇 분 안 되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내용이 있구나 알려드리고 싶어요."
끊임없는 도전이 힘들지도 않을까. 작품마다 변하는 그는 쉼 없이 작품을 해오며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좀 쉬어도 된다 했더니 본인에게 휴식은 공연이란다. 공연이 정말 재밌단다.
"공연이 좀 힘들긴 해도 저한텐 큰 휴식이 돼요. 정신적, 육체적으로 공연은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공연을 하면 정말 재밌는 거에요. 스스로 쉰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항상 연습하니까 배우로서 계속 훈련이 되는 거죠. 언제 어디서 어떤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나는 공연을 통해 계속 훈련을 하는 거에요."

trio88@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