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고 "내 팬분들…당신들은 틀리지 않았다"[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5.13 06: 45

음원차트 1위를 한달간 장기집권한 '썸' 하나로 대한민국 가요계에 인지도 도장 한 번 제대로 찍은 남자. '씨스타 소유 덕분아냐?'라는 의구심마저 신곡 '너를 원해'의 히트로 날려버린 남자,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남자, 바로 실력파 뮤지션 정기고다.
180cm가 훌쩍 넘는 훤칠한 키에, 미소가 달달해 여자 꽤나 울렸을 법한 외모, 약간은 어눌한 듯한 말투지만 비유법과 단어채택이 적절해 인터뷰어도 편안하게 만드는 '국민 썸남' 정기고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OSEN이 만났다.
# 6년간 피처링만 40~50번, 목표의식 無…그랬던 그가

지난 2002년 우연한 기회에 아이에프의 '리스펙트유(Respect You)' 피처링에 참여했던 걸 계기로 얼떨결에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에도 데프콘, 재지 아이비 등 많은 힙합뮤지션의 피처링에 참여하며, 그냥 그렇게 살았다. 별다른 목표의식 없이.
"목표 의식요? 그런 건 없었어요. 그냥 2002년 데뷔해 2008년까지 40~50곡쯤 피처링에 참여한 것 같아요. 누구는 데뷔 3개월만에 자기 앨범더 내던데, 난 뚜렷한 뭔가가 없었어요. 급한 것도 없었고. 그저 음악, 공연, 사람들과 어울림, 그런 거에 만족하며 살았어요. 그러다 서른즈음에 미래란 걸 생각했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앨범 한 장이 없었던 정기고는 그렇게 자신의 첫 첫 싱글 '바이바이바이'를 발표했다. 그때부터 2012년까지 총 5장의 싱글을 발매했다. 2013년엔 지금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도 체결했다. 행운은 그때 예고됐다.
"앨범은 가수에게, 명함 같은 거예요. 결코 피처링이 나쁘거나 하찮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자기 이름으로 된 앨범이 한 장도 없다는 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중요한 스텝을 못 밟는 그런 느낌이거든요."
# '썸'으로 1단, '너를 원해'로 2단 콤보 '바바바방!'
걸그룹 씨스타 소유와 함께 했던 '썸'은, 정기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거리에선 자신의 노래가 스피커로 흘러나왔고, 방송 출연 제의도 쏟아졌다. 아이돌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음악 방송 무대에도 나가, 총 11개의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예전에 냈던 제 미니앨범 노래가 거리에서 들릴 때도 있었어요. 정말 드문 일이었고, 꼭 그런 노래를 선곡하는 가게는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곳 뿐이었죠.(웃음) 최근엔 한 블럭을 걷는데 3곳에서 제 노래가 들리기도 했죠. 심지어 신사동 가로수길에서요."
갑작스러운 대중의 관심, 음악적 성공은 그에게 고민과 부담도 덩달아 안겼다. '썸'의 성공은 전적으로 씨스타 소유 덕분이라는 평가도 그런 축에 속했다. 다음 곡에 대한 평가가, 걱정됐던 건 너무 자명한 결과였다. 물론 그 고민은 '너를 원해'(feat. 빈지노)가 발매와 함께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씻겨나갔다. 12년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국민 그룹' 지오디와도 어깨를 견줬다.
"솔직히 걱정이 많았어요. '썸'은 소유 덕을 봤던 게 사실이거든요. 창피하지도 않았어요. 근데 그것만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고, 누군가는 꼭 알아줬으면 했어요. '소유 없이는 안되네'란 얘길 듣고 싶진 않았죠. 지금 결과요? 이제 한시름 놨죠. 다음 곡은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기고, 이제야 배가 고프다…다음 식사는?
'썸' '너를 원해'의 히트로 그야말로 꿈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당사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살면서 언제 이런 일이 또 생길까 싶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대규모 콘서트'를 물었더니, '정규 1집 발매'란 답변이 돌아왔다. 일단은 그의 숙원사업, 정규앨범 발매가 먼저란 소리다.
"그냥 꼭 해야되는 그런 거랄까요. 일부러 시도조차 안해봤어요. '확신'이 있을 때 하고 싶었거든요. 2~3년 전 미니앨범을 낼 때도 정규로 갈까에 대한 고민은 있었죠. 근데 '확신'이 없어서 관뒀어요. 지금요? 최고죠. 과분한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욕심 좀 내보길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정규앨범이 나오면 앓던 이가 빠진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인디뮤지션이 오버에서 크게 성공했을 때, 늘상 따라 붙는 말이 있다. '변했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 정기고의 기존 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일부다. '정기형도 할만큼 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훈훈한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정기고는 과거 자신이 '찌질'했던 시절부터 응원해주던 팬들에게 꼭, 반드시, 육성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팬분들에게 꼭 얘기하고 싶어요. 당신들이, 친구들이나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말할 때 아무도 몰라주던 그때, 당신들이 틀리지 않고 맞았다는 걸 증명해주고 싶어요. 내 팬이란 게 부끄럽고 창피한 게 아닌,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생각됐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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