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경기에서 홈런은 분위기를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 홈런은 팽팽한 투수전의 분위기를 깰 수도 있고, 뒤지고 있던 팀이 경기를 뒤집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각 팀은 올해 외국인 타자로 대부분 2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 이들은 저마다 팀이 원하는 활약을 해주고 있다. 특히 벌써 10홈런을 때린 호르헤 칸투(32, 두산 베어스)를 비롯한 6명의 외국인 타자들이 벌써 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홈런에 있어 대표주자로 꼽히는 칸투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홈런으로 돋보이는 선수다. 우선 9명의 외국인 타자들 중 가장 먼저 10홈런을 돌파했다. 팀이 치른 34경기 중 4경기에 결장하고, 경기 후반 자주 교체되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놀라운 수치다.

칸투는 박병호(넥센)에 이어 홈런 2위, 장타율에서는 4위에 올라 있는데, 개인 성적만 좋은 것이 아니라 영양가도 충분했다. 칸투의 홈런은 두산의 승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두산은 칸투가 홈런을 터뜨린 9경기에서 6승 3패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 한다면, 칸투의 홈런은 일찍 피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칸투는 자신의 홈런 중 80%인 8개를 5회 이전에 만들어냈고, 특히 1~3회에만 6홈런을 뽑아냈다. 또한 선발투수를 상대로 8개의 홈런을 집중시켜 초반 선발 싸움에서 두산의 선발투수가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도왔다.
물론 주전급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경기 후반보다 초반이나 중반에 홈런을 더 많이 때릴 수밖에 없다. 경기 흐름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경기에서는 7~9회에 주전들이 많이 빠지기 때문이다. 한 시즌을 놓고 봤을 때 주전급 선수들은 경기 후반 타수가 적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칸투는 유독 경기 초반에 홈런이 많은 타자다. 칸투는 7~9회에 29타수 2홈런(14.5타석 당 1홈런)을 기록했지만, 1~3회에는 49타수 6홈런으로 8.17타석 당 하나의 타구를 페어지역 펜스 바깥으로 넘겼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104홈런을 기록한 칸투의 홈런은 1회에 가장 많이 나왔다. 칸투는 1회에만 21개의 홈런으로 승부의 흐름을 가져오는 역할을 잘 해냈다. 반면 연장전에서는 37타수 13안타로 타율이 .351에 달했지만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발투수의 호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타선이 초반에 점수를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경기 초반에 집중된 칸투의 홈런은 기선제압의 효과가 있다. 역전홈런도 좋지만 역전이 필요하지 않게끔 초반부터 팀이 리드하게 해주는 칸투의 홈런은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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