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2, 텍사스)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기록만 놓고 보면 단연 팀 내 최고 타자다. 그러나 팀으로서는 추신수의 ‘독식’이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팀 내 타격 4관왕’ 지표는 추신수의 맹활약을 의미함은 물론 다른 타자들의 부진이라는 아킬레스건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추신수는 텍사스 이적 첫 시즌부터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12일(이하 한국시간)까지 33경기에 나가 타율 3할3푼3리, 4홈런, 11타점, 3도루, 출루율 4할6푼5리, 장타율 5할2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팀이 왜 추신수에게 7년간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는지를 제대로 증명하는 기록이다. 지난해까지 팀의 가장 취약 지점이었던 리드오프 자리는 추신수의 가세로 단번에 최고 강점이 됐다.
비록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추신수의 이런 기록은 아메리칸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만하다. 12일 현재 타율은 멜키 카브레라(토론토)와 공동 1위, 출루율은 2위 호세 바티스타(토론토, .430)에 크게 앞선 부동의 1위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도 0.987로 바티스타(.967)을 제치고 선두다. 추신수로서는 생애 최고의 시기 중 하나인 셈이다.

이런 추신수가 팀 내 타격 지표에서 선두를 휩쓰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추신수는 타율, 출루율, 장타율에서 모두 텍사스 선수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OPS의 경우 팀 내 2위인 알렉스 리오스(.813)에 비해 0.174나 앞서 있다. 여기에 추신수는 12일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4회 솔로홈런을 터뜨림에 따라 시즌 4호 홈런을 기록, 홈런 부문에서도 선두로 치고 나갔다. 타율, 홈런, 출루율, 장타율에서 모두 선두고 득점(19점)은 5경기를 더 뛴 엘비스 앤드루스(20점)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방망이와 선구안을 동원한 출루는 물론 장타까지 펑펑 터뜨리고 있는 추신수라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소 찜찜한 구석은 있다. 타율과 출루율은 그렇다 치더라도 홈런과 장타율에서까지 추신수가 1위라는 것은 그만큼 팀 중심타선이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까닭이다. 실제 부상에 시달린 텍사스는 현재까지 규정타석을 소화한 선수가 단 5명(추신수, 리오스, 마틴, 앤드루스, 필더)밖에 없다. 3개 이상의 홈런을 친 선수는 추신수와 필더(3개)가 유일하다.
3·4번에서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프린스 필더와 아드리안 벨트레의 부진이 도드라진다. 추신수와 함께 텍사스의 우승청부사로 기대를 모았던 필더는 타율 2할2푼6리, 3홈런, 14타점에 그치고 있다. 출루율은 3할4푼4리, 장타율은 고작 3할4푼3리에 불과하다. 믿을 수 없는 수치고 자신의 메이저리그 경력상 최악의 출발이라고 할 만하다. 흐름만 끊는 필더의 모습에 텍사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벨트레 역시 부상 복귀 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4경기에서 타율 2할3푼3리, 2홈런, 10타점으로 부진하다. 역시 벨트레의 성적은 아니다. 주로 5번에 위치하는 알렉스 리오스가 3할1푼5리, 2홈런, 20타점으로 힘을 내고 있지만 병살타(8개)가 많다는 흠이 있다. 득점권 타율도 2할5푼으로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추신수의 활약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팀으로서는 추신수가 가지고 있는 홈런과 장타율 타이틀을 누군가가 되찾는 것이 더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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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브 라이프 파크(알링턴)=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