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깼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선수를 선발했다. 이제는 자신이 강조한대로 좋은 결과를 반드시 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12일 첫 훈련에 들어갔다. 사상 첫 원정 8강을 목표로 삼고 있는 홍명보호는 오는 27일까지 담금질에 들어간 뒤 28일 튀니지와 친선경기를 갖고 30일 전지훈련을 위해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할 예정이다.
훈련에 앞서 홍명보 감독은 23명의 선수 발탁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하며 세웠던 선발 기준과 크게 어긋난 점에 대해 "제가 그 원칙 깨뜨린 것 맞습니다"며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원칙 안에서 선수 선발을 했으면 아주 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 역시도 마지막까지 팀을 위해 고민을 했었다. 이제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깼지만 홍명보 감독은 당당했다. 이유는 있었다. 월드컵의 목표를 과정이 아닌 결과로 잡았기 때문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었던 2002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대표팀은 좋은 성적이라는 결과를 내기 위해 감독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K리그의 희생 등 여러 잡음이 많았지만 결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2002 월드컵뿐만 아니라 역대 월드컵 모두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했다. 당장 2012 런던 올림픽 때만 보더라도 많은 논란이 있었던 박주영의 발탁은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업적 아래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동안 결과를 중요시했던 일들이 몇 년 사이 바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크게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어차피 감독은 대표팀의 성적에 대해 모든 책임이 있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영웅이 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역적이 된다는 사실은 과거를 돌이켜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감독으로서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모두 가져온 뒤 목표에 도전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
대표팀을 세웠던 원칙은 없어졌고 이제는 좋은 결과라는 목표만 남았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내부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최상의 상태다. 감독이 원하는대로 팀을 만든 만큼 이제는 결과만 만들면 된다. 하지만 결과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홍명보 감독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치고 월드컵을 준비하는 셈이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