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이루어졌다."
바닥에서 정상까지. 리키 램버트(32, 사우스햄튼)의 축구 인생을 표현하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한 때 20 파운드(약 3만 4000 원)의 일당을 받던 공장 노동자가 이제는 어엿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공격수가 됐다. 단순히 대표팀의 A매치를 위해 소집된 것이 아니라, 월드컵 무대를 밟을 최종 23명의 명단에 포함됐다.
17세에 블랙풀에 입단하며 프로 축구로서의 발을 내딛은 램버트는 블랙풀에서 단 3경기에 출전한 채 방출을 당했다. 하지만 램버트는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일당 20 파운드의 공장을 다니면서 최하위 리그 메이클즈필드 타운에 입단한 램버트는 스톡포트 카운티와 로치데일, 브리스틀 로버스를 오가며 조금씩 기량을 끌어 올렸다.

램버트의 근성은 결과로 이어졌다. 2009년 사우스햄튼에 입단하게 된 램버트는 2시즌 동안 리그 90경기에 출전해 50골을 넣으며 사우스햄튼을 2부리그로 이끌었고, 그 해 42경기에 출전해 27골을 터트려 사우스햄틈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의 주인공이 됐다. 램버트의 기량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했다. 2012-2013 시즌 38경기 15골을 넣은 램버트는 이번 시즌에도 37경기 13골에 성공하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인정받는 공격수가 됐다.
하지만 램버트의 성공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발표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명단에는 램버트의 이름이 있었다. 공장을 다니던 이름 없는 축구 선수가 이제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대표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뛸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램버트는 영국의 스포츠 매체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서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꿈이 이루어졌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월드컵 출전으로 램버트의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잉글랜드는 우루과이와 이탈리아, 코스타리카와 D조에 편성돼 16강 진출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우루과이(6위)와 이탈리아(9위)가 잉글랜드(11위)보다 앞서 있는 만큼 조별리그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사우스햄튼에 두 차례 승격을 안겼던 램버트가 잉글랜드를 조별리그 통과와 그 이상의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만들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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