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주년을 맞은 영화 '고질라'가 2014년 버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역대 가장 거대한 고질라의 탄생을 알린 2014년판 '고질라'지만 모두가 기대했던 괴물의 모습보단 인간의 자연 등, 스토리에 조금 더 집중을 한 모양새다.
13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공개한 '고질라'는 그 첫 모습을 드러냈던 1954년 당시보다 훨씬 거대하고 화려한 괴수 고질라를 선보였지만 극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스토리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고질라'는 여러 대륙을 오가며 수 십 년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 낸다. 일본 도쿄 근처에 위치한 잔지라 원자력 발전소에 여진이 잇따라 발생, 방사능이 누출되면서 포드(애런 테일러 존슨 분)의 어머니 산드라(줄리엣 비노쉬 분)가 목숨을 잃는다. 원자력 기술자로서 아내를 잃은 조 브로디(브라이언 크랜스톤 분)는 잇따른 여진에서 변칙적인 패턴을 감지하고 발전소를 폐쇄하자고 제안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고 그때의 사고로 발생한 문제들이 그와 그의 아들을 평생 따라다닌다.

사고 15년 뒤, 포드는 아버지와의 어색한 재회를 위해 일본으로 향하고 조는 아들이 도착한 날 과거 발전소를 파괴한 힘의 근원이 다시 나타나고 있음을 알리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이를 추적하던 포드는 실제 무언가가 발전소 원자로에서 방사능 물질을 먹고 살았으며 15년 후인 지금 깨어났다는 엄청난 비밀을 마주하게 되며 세상은 깨어난 괴물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간략한 스토리에서도 알 수 있듯 '고질라'는 초반을 고질라와 다른 괴물들의 출현 스토리에 할애한다. 방사능 사고로 아내와 엄마를 잃은 가족, 이에 집착하는 아버지와 회피하는 아들, 거대한 괴물 앞에서 그저 도망다닐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 등 '고질라'는 괴물보단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이는 감독이 '고질라' 리부트의 의도를 밝혔을 당시에도 이미 짐작됐던 바다. '고질라'의 메가폰을 잡은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만약 인간이 소통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거대한 생명체가 나타난다면'이라는 전제하에 인간은 어떻게 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그렸다. 뿐만 아니라 극 중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 감독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영화 속에 담아냈다. 극 중 고질라 전문가 닥터 세리자와(와타나베 켄 분)는 고질라 앞에서 "사람들은 거만해요. 사람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죠"라는 말을 내뱉는다.
1954년 당시, 정신적-육체적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때 일본 사회에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고질라'가 그랬듯 2014년 '고질라'도 그 태동과 뜻을 같이 한다. 괴물은 단지 괴물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투영하는 매개체가 된다.
그 의미는 값지지만 때문에 영화의 재미는 반감됐다. 메시지를 주려다 보니 블록버스터에서 긴장감이 실종됐고 대신에 불필요한 장면들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역대 가장 거대한 고질라의 탄생'이라는 문구가 무색하리만큼 거대한 고질라는 잠깐잠깐 그 모습을 보여주고 이야기는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포드의 이야기로 풀어가 지루함을 안기기도 한다. 그간의 고질라에서는 없었던 또 다른 괴물의 등장은 흥미롭지만 이 역시 인간의 스토리에 묻혀 잠깐의 재미만을 안길 뿐이다.
고질라를 인간에게 해가 되는 괴물이 아닌 '괴물과 영웅 사이'에 위치한 것도 영화에 매력을 반감시킨 듯하다. 흡사 마블 영화를 보는 듯한 '고질라'의 모습은 조금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한편 '고질라'는 2010년 독립영화 '괴물들'로 호평을 받은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오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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