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차의 파격적인 멜로를 그린 ‘밀회’가 막을 내렸다. 20살 선재(유아인 분)와 위험한 사랑을 나눴던 혜원(김희애 분)은 감옥행을 택했고 선재는 혜원을 향한 사랑을 다시 진하게 고백하고 피아노 결선을 위해 떠났다. 잔잔하지만 폭풍우 같았던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난 듯 보였지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지난 13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16회분에서는 혜원이 자신의 죄는 물론 서한그룹 일가의 비리를 폭로, 함께 재판장에서 재판을 받으며 상류층에 속하기 위해 노비가 됐던 삶을 털어놓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내용이 그려졌다.
혜원의 표현에 따르면 우아한 ‘개’의 삶을 포기했고 선재와의 사랑을 선택하는 듯 했지만 혜원이 두 사람의 재회는 언제가 될지 몰랐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했다. 혜원과 선재가 열렬히 사랑했다는 사실.

둘의 관계는 사회적으로 ‘불륜’이었고 도덕적으로 인정할 수 없었지만 시청자들은 혜원과 선재를 조심스럽게 응원했다. 두 사람의 사랑에 불륜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들은 사랑을 통해 영혼을 구원받았고 거짓인생을 버릴 수 있었다. ‘밀회’가 딱히 불륜드라마라고 불리지 않은 이유, 깊은 ‘공감’이 있었다.

◆ 불륜 속 ‘진짜’ 공감을 이끌어내다
‘밀회’가 방송되기 전 20살 차 연상연하의 불륜을 다룬다는 것이 큰 충격과 함께 불편함을 자아냈던 것이 사실이었다. 불륜을 미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했다. 그러나 ‘밀회’의 불륜, 그간의 불륜드라마들과는 분명 달랐다.
오혜원이라는 여자가 왜 20살이나 어린 이선재에게 빠졌는지,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는지, 정성주 작가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춰 둘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갔다.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혜원은 남편 준형(박혁권 분)과 쇼윈도 부부였다. 준형은 밖에서 무거운 짐을 이고 들어온 혜원을 위로할 줄도 몰랐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떼를 쓰는 중2병에 걸린 남자였다. 또한 서한그룹의 개 노릇을 하던 혜원에게 선재는 구세주와도 같았다. 이에 이들의 불륜은 설득력이 있었다. 마지막 회에서 혜원이 “누구한테도 그런 정성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걸”이라며 고백, 선재는 혜원에게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을 보여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자신마저 도구로 사용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혜원이라는 여자에게 선재는 순수와 진심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보듬어 주는 영웅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혜원의 일탈은 당연했고 그래서 단순히 막장 불륜극이라고 볼 수 없었다. 불륜미화 드라마라고 할 수 없는 것, 바로 혜원의 상황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밀회’의 박준서 CP는 “‘밀회’는 누가 보더라도 각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거나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불륜을 도덕적으로 인정할 수 없지만 그 밑바닥에 무엇이 깔려 있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밀회’는 단순히 연상연하의 불륜을 다룬 것이 아니라 불륜의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다뤘다. 인간본성으로부터 출발한 드라마다”고 인간의 내면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는 것을 설명했다.

◆ 김희애-유아인, 대체 불가능한 ‘진짜’ 연기에 대하여
‘밀회’ 속 불륜을 막장이라고 할 수 없었던 데는 배우 김희애, 유아인의 진짜 연기 때문이었다. 두 배우는 마치 각각 40년 동안 혜원으로, 20년 동안 선재로 살았던 사람들 같았다. 이에 김희애와 유아인은 최고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김희애, 유아인의 비주얼도 한 몫 했겠지만 20살차 사랑임에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위화감을 없앴다. 이들은 진짜 연기를 내세웠다. 보통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과장된 연기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평소에도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편하게 드러냈다.
김희애와 유아인은 충실히 배우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선재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혜원은 감상하고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드는 모습부터 주변의 냉정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받으면서 마음을 나누고 결국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돼버린 모습까지 감정의 굴곡을 밀도 있게 표현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유아인이 아니었으면 누가 선재를 연기하고, 김희애가 아니었으면 누가 혜원을 연기했을까’라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은 제대로 해냈다. 박준서 CP는 “배우들 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걸 끌어냈다”고 극찬했다.
김희애와 유아인의 대체 불가능한 연기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 누구나가 혜원과 선재의 감정에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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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밀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