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를 본 시청자라면 ‘지금껏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지 않았을까. 스토리, 연출, 음악, 배우 모든 것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라마였다. 스토리는 탄탄했고 연출은 신선했고 음악은 감동적이었고 배우들은 부족함이 없었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는 우아하고 세련된 커리어우먼으로 살던 오혜원(김희애 분)과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 분)의 사랑을 그린 감성적인 멜로드라마.
‘밀회’는 20살차 연상연하의 파격적인 로맨스를 그려 불편한 불륜극 내지 불륜을 미화한 드라마라는 오명을 받았다. 그러나 단순히 남녀의 불륜이 아닌 인간본성을 다룬 드라마였고 안판석 감독의 관조하는 듯한 촬영기법은 더욱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여기에 극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 클래식, 김희애와 유아인을 비롯한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가 특급드라마를 만들어냈다.

◆ “불륜이 아닌 불륜관계의 사람을 그렸다”
그간 수많은 불륜드라마가 방송됐다. 대부분 단순히 남녀의 부적절한 관계를 그리거나 불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남녀 주인공의 상황을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그쳤지만 ‘밀회’는 좀 더 파고들었다.
우아한 노비 노릇을 했던 혜원을 통해 인간의 비루함, 욕망, 추악함 등을 적나라하게 들춰냈고 그가 왜 선재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는가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밀회’의 박준서 CP는 “불륜을 도덕적으로 인정할 수 없지만 그 밑바닥에 무엇이 깔려 있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밀회’는 단순히 연상연하의 불륜을 다룬 것이 아니라 불륜의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다뤘다. 인간본성으로부터 출발한 드라마다”고 인간의 내면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는 것을 설명했다.
정성주 작가는 표면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나열하기보다는 화려한 상류층의 삶을 누렸던 혜원이 선재와 불륜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깊이 있게 다뤘다. 박준서 CP는 “작가님이 특수성 속에서 보편성을 찾았다. 음악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캐릭터들의 심정을 정확하게 파악해 표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성을 얻었다”고 전했다.

◆ “안판석 감독, 진짜를 만들어냈다”
전작 ‘아내의 자격’에서도 그랬듯이 안판석 감독은 시청자들이 관조하듯 드라마를 지켜볼 수 있게 했다. 보통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감정을 극대화시킬 때 사용하는 클로즈업 기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판석 감독은 마치 커피숍에서 옆 테이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와 행동이 자연스럽게 귀와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만들었다. ‘밀회’의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가 일상의 것으로 느껴졌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박준서 CP는 “안판석 감독님은 드라마가 픽션이라고 해서 가짜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짜처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판석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 과장해서 연기하는 배우도 없고 현실에서 대화하듯이 배우들의 대사가 흘러간다. 굳이 상황을 설명하는 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보다 시청자들이 이해할 정도로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훔쳐보는 듯한 앵글, 카메라를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보는 듯한 앵글도 안판석 감독만의 연출이다. 박준서 CP는 “비정상적인 앵글이 나오기도 한다. 인위적이거나 멋있게 찍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커피숍에서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들을 때가 있는 것처럼 그 상황에 관심을 갖게끔 카메라 동선을 짠다”고 전했다.

◆ “배우들이 대체 불가능한 연기 해줬다”
‘밀회’에서 또 하나 최고인 것을 꼽자면 배우들의 연기다. 드라마에서 구멍배우가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지만 출연 배우들이 하나 같이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어느 한 명 어색함 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해줬다. ‘밀회’에서는 단역까지도 화제가 될 정도였다.
김희애와 유아인은 말할 것도 없고 박혁권, 김용건, 장현성, 김혜은, 심혜진, 백지원, 경수진, 김권 등 모든 배우들이 완벽하게 역할을 소화했다.
박준서 CP는 “이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누가 연기했을까라는 생각이다. 배우들 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연기를 끌어내줬고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며 “배우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잘 해줬다. 몇 시간 기다렸다가 5분 찍고 가더라도 불만이 없었고 배려해줬다”고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촬영 현장이 정말 좋았다. ‘밀회’ 출연배우들은 숙제하듯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정말 하고 싶어서, 그리고 드라마가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진지하게 연기에 임했다”고 배우들이 진심으로 연기해줬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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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밀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