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암 투수 김현욱은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이던 1997년에 무려 70경기에서 157⅔이닝을 던져 규정 이닝을 넘어섰다. 평균자책점도 1.88로 좋았다.
놀라운 것은 20승 2패 6세이브라는 기록이다. 이 해에 김현욱은 승부처마다 등판했고, 김현욱이 마운드에 버티는 동안 타선이 승부의 흐름을 바꿔 이긴 경우가 많았다.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끈 김현욱은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리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선발과 불펜의 역할 구분이 전에 비해 명확해진 2000년대 이후에는 이런 투수가 나오기 힘들어졌다. 김현욱 이후에는 불펜투수의 20승은 없었고, 앞으로는 더욱 나오기 힘들다. 2010년부터는 리그에서 불펜투수의 10승을 볼 수 없게 됐다.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많이 나선 차우찬(삼성)이 지난해 10승 7패 3홀드, 평균자책점 3.26으로 10승을 올리기는 했으나, 차우찬은 선발로도 12경기나 등판했다. 2011년의 안지만(삼성)도 11승으로 시즌을 마감했으나, 시즌 초 선발에서 돌아섰다. 차우찬 같은 스윙맨의 경우 불펜에서만 경기를 준비하는 투수에 비해 승리를 따낼 환경이 자주 생긴다.
스윙맨도 아닌 순수 불펜투수로 분류할 수 있는 투수 중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해낸 것은 임태훈(두산)이 마지막이다. 임태훈은 2009년 58경기에 등판해 11승 5패 4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3.06으로 활약했다. 2009년은 임태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0승을 넘긴 해였다.
올해는 5년 만의 불펜투수 10승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시즌 초 무섭게 승수를 쌓은 박정배(SK)나 윤명준(두산)은 벌써 각각 5승, 4승으로 10승에 다가서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선발투수들보다 빠른 속도로 승리를 쌓아가며 다승 순위에서도 높은 곳에 있다.
박정배는 팀이 치른 첫 3경기에 모두 등판해 2승을 따냈다. 이번 시즌 21번이나 마운드에 오른 박정배는 평균자책점이 5.75로 좋은 편은 아니지만, 5승 1패 5홀드로 팀 승리와 관계된 상황에 자주 나와 기여했다. 그러나 등판이 잦아지며 실점도 불어나고 있는 점은 문제다. 박정배는 최근 5경기 연속 실점했다.
반면 윤명준은 박정배보다 1승이 적지만, 안정감에서는 낫다. 17경기에서 4승 2홀드를 수확한 윤명준의 평균자책점은 3.68이다. 아직까지 팀 선발진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윤명준은 비교적 긴 이닝을 소화하며 승리를 챙겼다. 윤명준의 4승 중 3승은 아웃카운트를 4개 이상 잡으면서 얻은 것이다.
이외에도 심창민(삼성), 유원상(LG), 임창민(NC)이 3승으로 뒤를 잇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평균자책점이 5점대 이상으로 매우 높아 피칭이 안정돼야 향후 승수를 쌓을 수 있다. 조상우(넥센) 역시 3승으로 불펜투수 중에서는 많은 승리를 챙겼지만,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게 되면서 10승은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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