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가 뜨겁다. 전 포지션을 통틀어 가장 핫하다. 올해처럼 2루수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뜨는 해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춘추전국시대가 형성됐다.
2루수는 유격수와 함께 내야 수비의 핵심이다. 센터라인을 지켜야 하는 포지션으로 타격보다 수비 좋은 선수들이 차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각 구단 2루수들은 수비 뿐만 아니라 타격과 주루에서도 월등한 능력을 뽐내고 있다. 누가 최고라고 꼽기가 어려울 만큼 대단히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정근우(한화)는 FA 이적 첫 해부터 30경기 타율 2할9푼8리 31안타 1홈런 8타점 13도루로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한 번의 실패 없이 도루 성공률 100%를 자랑하고 있으며 2루 수비에서도 신출귀몰한 모습 그대로. 그런데 정근우의 활약이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다.

가장 뜨거운 2루수는 서건창(넥센)이다. 넥센의 1위 질주에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번타자로 나서며 34경기 타율 3할6푼1리 52안타 2홈런 17타점 14도루로 공수주에서 펄펄 날고 있다. 2012년 신인왕 수상 후 지난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지만 올해 보란 듯 반등했다. 리그 최정상급 1번으로 발돋움했다.
오재원(두산)의 기세도 놀라울 만큼 대단하다. 31경기에서 타율 3할5푼1리 33안타 2홈런 7타점 14도루를 기록 중이다. 출루율이 무려 4할5푼5리로 중심타자들 사이에서 전체 4위에 랭크돼 있다. 18개의 볼넷으로 선구안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실책도 1개로 2루수 중 최소. 도루 실패도 1개 뿐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
신진급에서는 박민우(NC)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올해 첫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 잡은 박민우는 33경기 타율 3할4푼9리 37안타 17타점 16도루로 맹활약이다. 도루 16개는 리그 최다 기록으로 1위. 공을 잘 갖다 맞힐 뿐만 아니라 선구안도 좋아 볼넷 17개로 출루율도 4할4푼4리다. 실책이 5개 있지만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정훈(롯데)의 약진도 눈겨여봐야 한다. 지난해부터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정훈은 33경기에서 타율 3할9리 20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새끼 손가락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특유의 근성으로 공백을 최소화했다. 1~2번 테이블세터를 오가며 롯데의 공격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비력도 예년보다 더 좋아졌다.
이외 안치홍(KIA)도 32경기 타율 2할8푼6리 32안타 3홈런 18타점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크게 두드러 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적과 함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손주인(LG)도 34경기 타율 2할9푼4리 30안타 5타점으로 그런대로 괜찮다. 나주환(SK)만이 타율 2할1푼3리로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최근 4년간 2루수 골든글러브는 2010년 조성환, 2011년 안치홍, 2012년 서건창, 2013년 정근우로 매년 그 주인공의 얼굴이 바뀌었다. 과연 올해는 누가 2루수 황금장갑을 차지할까. 아마 전포지션을 통틀어 가장 치열한 경합이 벌어질 게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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