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 타이거즈 오승환(32)이 최고의 위기관리능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유의 직구 승부와 강심장으로 위기를 침착하게 정면으로 돌파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도 그의 투구와 수비에 연신 탄성을 지었다.
오승환은 지난 13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원정경기에서 연장 10회말 구원등판,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10경기 연속 노히트 행진이 깨졌지만 12경기 연속 무실점과 함께 일본 진출 후 처음으로 1⅓이닝을 던지며 가장 강렬한 모습을 보였다. 두 번이나 끝내기 위기가 있었지만 특유의 돌직구와 강심장으로 극복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장면은 연장 10회말 2사 만루 상황이었다. 앞선 투수들이 주자를 꽉 채운 상황에서 한신 와다 유타카 감독은 오승환에게 SOS 쳤다. 올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한 건 처음. 오승환의 위기관리능력을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시험해볼 수 있었다. 상대는 히로시마 외국인 4번타자 브래드 엘드레드로 센트럴리그 타율-타점 1위이자 홈런 2위의 강타자였다.

하지만 오승환은 엘드레드를 상대로 초구부터 148km 직구로 정면승부했다. 이어 145km 직구, 150km 직구, 148km 직구를 차례로 던지며 2B2S를 만들었다. 여기서 변화구도 하나 던질 법 했지만, 오승환의 선택은 149km 직구였다. 바깥쪽 높게 솟아오르는 오승환의 직구에 엘드레드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첫 번째 끝내기 위기를 직구 5개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운 순간이었다.
11회말에는 1사 후 다나카 고스케에게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3루타를 맞으며 스스로 위기를 초래했다. 고의4구로 이어지던 1사 1·3루 끝내기 위기. 히로시마는 이시하라 요시유키 타석에서 3구째 기습적으로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1~2구에는 번트 동작을 취하지 않다 3구째에 갑작스럽게 주저앉으며 번트를 댔다. 대부분 투수라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우왕좌왕했을 터.
하지만 오승환은 달랐다. 그는 천천히 굴러가는 번트 타구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고, 글러브 채로 공을 긁어내 홈에 위치한 포수에게 부드럽고 정확하게 토스했다. 3루 주자 다나카가 홈에서 그대로 아웃됐다. 완벽한 호수비에 히로시마의 끝내기 스퀴즈가 무산된 순간, 요네카구장에는 히로시마팬들의 탄식이 흘렀다. 오승환이 공만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는 게 증명된 장면. 급박한 상황에 동요없이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계속된 2사 1·2루에서도 오승환은 나카히가시 나오키를 상대로 6개의 공을 모두 직구로 던졌다. 6구째 바깥쪽 높은 149km 직구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이날 오승환은 총 30개의 공 중 27개가 직구였다. 슬라이더 2개와 컷패스트볼 1개를 섞었을 뿐 대부분 공을 직구로 정면승부했다. '올 직구' 승부에 타자들을 알고도 당했다. 3루타를 맞은 것도 직구가 아닌 슬라이더였다.
이날 경기 후 일본 은 '한신 마무리 오승환이 올 시즌 처음으로 연속 이닝을 던지며 호투했다. 10회 2사 만루에서 히로시마 4번 엘드레드를 상대로 올 직구 승부하며 헛스윙 삼진을 빼앗더니 11회에도 끝내기 위기를 자초하고도 실점없이 막아냈다'고 오승환의 위기관리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오승환 다음으로 나온 후타가미 가즈히토가 소요기 에이신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며 오승환의 강력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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