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유럽파 태극전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브라질 월드컵 성공이라는 목표는 하나다. 하지만 저마다 동기부여는 다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국가대표팀이 속속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박주영, 기성용 등 9명의 선수가 먼저 12일 첫 소집돼 회복훈련에 임했다. 이어 13일 독일에서 뛰는 4인방 지동원, 홍정호, 손흥민, 구자철이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했다. 여장을 푼 독일파들은 13일 곧바로 대표팀의 훈련에 합세해 홍명보 감독을 든든하게 했다.
13일 입소식에서 취재진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빨간색 통키머리’를 하고 나타난 손흥민이었다. 당연히 헤어스타일에 대한 질문이 먼저 나왔다. 손흥민은 “한국에 오자마자 항상 먼저 하는 일이 머리염색이다. 원래는 진하게 하려는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진하게 나와서 당황했다. 대표팀 색깔을 상징하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웃어 넘겼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첫 시즌에서 분데스리가 10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했다. 현재 최연소 국가대표지만, 단연 유럽파 최고의 활약이었다. 각종 외신에서 한국의 핵심선수로 손흥민을 꼽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막내’ 손흥민은 이런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런 눈치였다. 그는 “나만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팀에 더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가 많다. 외신보도일 뿐이다. 기대에 맞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면서 개인보다 팀을 내세웠다.
또 다른 분데스리가 구자철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대표팀에 들어왔다. 사연이 있었다. 구자철은 지난 5월 득남을 했다. 하지만 시즌에 집중하느라 한국에 있는 아내와 아이를 보지 못했다.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구자철은 한 달여 만에 처음 2세를 품에 안았다. 감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구자철은 “어제(12일) 아기를 처음 봤다. 책임감이 생기기보다는 아이가 정말 예쁘더라. 아내랑 닮았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지난 시즌 구자철은 많은 부침을 겪었다. 마인츠로 이적 후 상승세를 탔지만, 꾸준하지 못했다. 심리적인 영향이 컸다. 임신한 아내를 홀로 한국에 두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
잠시 표정이 어두워진 구자철은 “아픔을 많이 겪었다. 축구 외적으로 아내가 한국에서 혼자 출산을 했다. 외로움을 느끼면서 열정이 떨어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월드컵에 대한 꿈을 크게 가지면서 다시 마음을 먹었다”고 고백했다.
손흥민과 구자철의 합류는 대표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손흥민은 막내답게 밝은 분위기로 형들을 대했다. 구자철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두 선수는 홍명보 감독이 진행한 8 대 8 미니게임에서는 제외됐다. 홍명보 감독은 “구자철은 아직 허리가 좋지 않다. 손흥민은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지동원과 홍정호는 정상훈련에 문제가 없는 상태”라면서 선수들을 배려해줬다.
브라질에서 손흥민과 구자철은 대표팀 미드필드의 핵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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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