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 솔선수범, 베테랑 존재가치 입증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14 07: 15

홍성흔(37, 두산)의 가슴팍에는 ‘C’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새겨져 있다. 주장이라는 의미다. 단순히 연차가 쌓였다고 달 수 있는 명예가 아니다. 그만큼 큰 책임과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리고 홍성흔은 자타공인 그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하는 선수 중 하나다. 솔선수범이 그 바탕에 있다.
홍성흔은 최근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두산의 폭발적인 중심타선의 한 축으로 맹활약 중이다. 13일 현재 타율 3할2푼2리, 8홈런, 2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의 어떤 5번 타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하기는 했지만 베테랑답게 금세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5월 11경기 타율은 무려 4할1푼7리(36타수 15안타), 4홈런, 13타점에 이른다.
13일 문학 SK전에서는 4안타 경기를 만들며 거대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5-4로 앞선 6회 상대의 추격의지를 꺾는 솔로홈런 한 방은 결정적이었다. 경기 후 홍성흔은 “강성우 코치님께서 슬라이더 대처를 주문하셨는데 슬라이더에서 홈런도, 타점도 모두 나왔다”며서 공을 돌리는 한편 “타격 밸런스가 좋아지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장이 신바람을 내자 나머지 선수들도 뒤를 따랐다. 두산은 이날 13개의 안타를 치며 식지 않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홍성흔의 이런 맹활약은 단순히 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홍성흔은 만 37세의 베테랑이지만 꾸준한 자기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2008년 이후 매 시즌 110경기 이상을 소화 중이다.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 체력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점은 있지만 철저한 컨디션 유지가 아니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홍성흔은 “이제는 몸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홍성흔은 최근 들어 웨이트트레이닝의 양을 늘렸다. 홍성흔은 “나이를 먹어서 ‘배트 스피드가 느려졌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나이와 기량은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 묻어 나왔다. 방법은 훈련밖에 없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는 홍성흔의 목소리에서는 철저한 프로의식과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홍성흔의 라커룸 지배력은 정평이 나 있다. 주장부터가 솔선수범하니 후배들도 따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홍성흔은 “다들 너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경기 전후로 운동을 많이 한다”라고 소개하면서 “팀 선임급 선수로서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되려 후배들을 챙겼다. 이어 홍성흔은 “아직 초반이라 순위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전체적인 팀 분위기는 좋다. 지금 마라톤의 중간 그룹쯤에서 달리고 있는데 7~8월 승부처에서 올라갈 수 있도록 잘 리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주는 주장의 솔선수범에 두산도 서서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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