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스캇(36, SK)이 오랜 침묵을 깨고 1군에 복귀했다. 다시 타선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앞뒤에 위치한 선수들이 그 효과를 만끽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SK의 과제도 이런 평범한 명제서부터 시작한다.
타선에 강타자 하나가 있으면 이론적으로 앞뒤 선수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앞선 선수는 강타자를 의식해 되도록 승부를 보려고 하고, 뒤에 위치한 선수는 앞선 선수의 출루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우산효과다. SK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통산 135홈런을 쏘아 올린 스캇에게 그런 효과를 기대했다.
효과는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만수 SK 감독은 “스캇은 출루율과 선구안이 좋은 선수다. 앞뒤의 선수들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무게를 잡을 수 있는 선수가 있고 없고는 차이가 있다”라며 현장에서 느끼는 그 효과를 증언했다. 타 구단의 한 투수도 “아무래도 스캇의 명성과 한 방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선수들과의 승부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라고 털어놨다.

기록에서도 이런 효과는 어렴풋이 드러난다. 스캇은 4월 22일 문학 NC전에서 왼 손목에 부상을 당하며 20일 가량 전열에서 이탈했다. 당시까지 SK의 팀 타율은 2할8푼3리로 넥센(.290)에 이어 리그 2위였다. 그러나 4월 23일 이후로는 팀 타율이 2할7푼으로 떨어졌고 순위도 리그 7위까지 추락했다.
스캇은 당시까지 타율 3할1푼4리, 4홈런, 출루율 4할2푼9리를 기록 중이었다. 이런 스캇이 빠졌으니 팀 타율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더 도드라지는 것은 스캇의 앞뒤에 위치했던 선수들의 기록 저하다. 스캇이 이탈하기 전 3번 최정의 타율은 3할1푼4리, 5·6번을 오고 갔던 박정권의 타율은 3할8리였다. 그러나 스캇이 부상으로 빠진 뒤 최정은 2할1푼1리, 박정권은 1할8푼5리에 그쳤다.
단순히 두 선수의 슬럼프라고 보기에는 타율의 하락폭이 너무 컸던 셈이다. 이재원이 4번에서 맹활약하며 스캇의 공백을 메웠지만 상대적으로 이재원에게는 정면승부를 거는 투수들이 많았다. 이재원 또한 “아직까지는 상대 투수들이 나를 피해가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재원에게 맞더라도 최정과 까다롭게 승부하고, 이재원에게 맞는 한이 있더라도 박정권과 전력 승부하려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는(?) 스캇이 돌아왔으니 이제 나머지 선수들도 살아나야 할 차례다. 다만 그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정과 박정권의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정은 최근 15경기에서 홈런이 없다. 박정권도 같은 기간 타점이 4개 뿐이다. 그만큼 방망이에 잘 맞지 않고 있다. 스캇이 다시 무게를 잡더라도 연쇄 폭발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지표다.
실제 13일 문학 두산전에서도 그런 양상이 드러났다. 스캇은 이날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무난한 복귀전을 치렀다. 그러나 스캇 뒤에 위치한 박정권과 최정이 득점권에서 침묵하며 결국 역전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상대의 기를 살리는 요소가 됐고 결국 SK는 필승조만 소모한 채 6-9로 졌다. 결국 스캇 효과는 최정과 박정권이 살아나야 완성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거창한 효과론도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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