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가 아닌 상황에서 주자가 3루에 있다면 타석에 있는 선수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소치가 ‘희생플라이’다. 아웃카운트 하나와 득점을 맞바꾸는 것인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는 장사로 평가되곤 한다. SK의 희생플라이 비율이 높아진 가운데 이를 이끈 김경기 타격코치는 적극적인 대처를 비결로 손꼽았다.
SK는 지난해 주자를 3루에 두고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해 고전하는 경기가 꽤 있었다. 득점권 상황에서 불발탄도 문제였지만 희생플라이 하나가 나오지 않아 두고두고 땅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SK의 지난해 총 희생플라이 개수는 37개였다. 경기당 0.29개 정도로 리그 평균(40개)보다 아래였다.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런 SK의 희생플라이 비율이 올 시즌 높아졌다. SK는 13일 현재 33경기에서 16개의 희생플라이를 기록 중이다. 경기당 0.49개로 지난해보다 이 비율이 훨씬 더 높아졌다. 타석당 희생플라이 비율은 NC에 이어 리그 2위다. 상대적으로 득점이 손쉽게 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만수 감독도 이런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캠프 때 김경기 타격코치가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를 주문한 모양이더라”라고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희생플라이의 비약적인 증가를 이끈 김 코치의 주문은 무엇이었을까. 김 코치는 “접근 방식을 달리했다”라고 설명했다. 희생플라이의 최대 조건은 3루 주자가 홈까지 들어오는 시간을 확보하는 비거리다. 때문에 대다수의 선수들은 ‘일단 외야로, 멀리 보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면 평소에는 잘 나오던 외야 플라이도 안 나오는 법이다. 위축되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예전에는 외야 뜬공을 칠 수 있는 선수 정도면 누구나 희생플라이를 칠 수 있었다. 투수들의 제구가 지금처럼 좋지 못했고 변화구는 슬라이더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떨어지는 공이 많아 외야 플라이를 치기가 힘들어졌다”라고 차이를 짚으면서 “멀리 보내기보다는 강한 타구를 날리도록 주문했다. 그러다보면 두 가지 효과가 있다. 많이 뜨면 플라이가 되고, 깔리면 안타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던 셈이다.
실제 올 시즌 SK는 전 라인업에 걸쳐 고루 희생플라이가 나오는 편이다. 벌써 9명의 타자들이 최소 1개 이상의 희생플라이를 기록했다. 항상 자기스윙을 하며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이재원이 5개로 가장 많지만 장거리 유형과는 거리가 있는 조동화가 3개의 희생플라이를 기록한 것은 상징적이다. 힘보다는 전략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강한 타구’에 대한 주문은 희생플라이 외에도 다른 부문에서 빛이 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타구가 좀 더 강하게 맞아 나가는 감이 있다”라고 했다. 김 코치의 지도를 받고 폼을 약간 교정한 김성현이 대표적이다. 김성현은 올 시즌 타구가 강해졌고 13일 문학 두산전에서는 노경은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치기도 했다. 김경기 코치는 “김성현은 맞히려는 성향이 강해 타구가 강하지 못했다. 턴 동작 등 중심이동에 손을 봤는데 타구가 조금 강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프트든 상대 수비든 강한 타구가 나온다면 그것을 뚫어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희생플라이 증가를 단순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내포되어 있는 의미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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