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프로야구는 타자들의 시대다. 리그 평균타율이 2할8푼에 이르고 개막 후 한 달이나 지났지만 수위타자 이재원(SK)의 타율은 4할7푼4리(13일 현재)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어디 이뿐이랴. 경기당 평균 홈런개수는 2개에 육박한다. 대신 투수들의 평균자채검은 4.88로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NC만이 팀 평균자책점 3.90으로 3점대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무려 6개 구단이 5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때문에 4번 타자들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졌다. 화력전으로 흘러가는 경기가 많기 때문에 중심타자가 해결해야 할 순간이 더 많아졌다. 4번 타자가 막히면 팀 득점력 자체가 정체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주자를 홈에 불러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과연 9개 구단 4번 타자들은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일단 공격 상위권에 자리잡은 선수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4번 타자들이 많이 보인다. 이재원(SK)은 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히메네스(롯데)가 타율 3할8푼7리로 2위를 기록 중이다. 홈런은 박병호(넥센)가 14개로 1위, 칸투(두산)가 10개로 2위, 조쉬벨(LG)가 8개로 3위를 달리고 있다. 타점은 이호준(NC)이 33점으로 단독 1위, 히메네스가 31점으로 공동 2위, 칸투가 30점으로 4위에 올라 있다. 득점은 박병호가 33점으로 4번타자들 가운데는 유일하게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각 팀에서 4번 타자로 가장 많이 나선 선수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넥센은 박병호, NC는 이호준, 삼성은 최형우, 두산은 칸투, 롯데는 히메네스, KIA는 나지완이다. SK는 이재원, 한화는 김태균, LG는 정의윤과 조쉬벨이 양분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이호준(.286)이지만 타점 1위로 제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3할을 넘는 4번 타자가 무려 6명이다.
그렇다면 득점권 타율은 어떻게 될까. 4번 타자들은 중 득점권 타율이 자신의 타율보다 높은 선수는 히메네스와 김태균, 이호준, 나지완 등이 있다. 히메네스는 득점권타율 4할2푼4리로 4번들 가운데 가장 높고, 김태균은 3할9푼4리, 이호준은 3할4푼3리, 나지완은 3할4푼2리를 기록 중이다.
의외의 인물은 박병호다. 박병호는 현재 득점권타율 1할1푼5리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가운데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주자가 없을 때 박병호는 타율 3할7푼1리에 홈런 10개를 기록하며 수위타자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면 약해진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표본이 많아지면 박병호의 득점권타율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4번 타자가 얻어낸 고의4구는 사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팀 타선의 무게감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강한 5번 타자를 가진 팀은 4번 타자가 고의4구를 얻어낼 일이 거의 없고, 둘 사이에 공격력 차이가 크다면 그 만큼 고의4구 작전이 자주 나온다. 현재 리그 고의4구 1위는 나지완으로 3개를 얻어내고 있다. 반면 박병호와 칸투는 뒤에 강정호와 홍성흔이라는 든든한 5번 타자가 있어 고의4구 0개를 기록 중이다.
마지막으로 4번 타자의 꽃, 장타다. 리그 장타율 상위권은 각 팀 4번 타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재원이 7할5푼8리로 1위, 박병호가 6할9푼6리로 2위, 히메네스가 6할7푼9리로 3위, 칸투가 6할2푼8리로 5위다. 최형우가 5할8푼4리로 7위, 조쉬벨이 5할1푼8리로 16위, 이호준이 5할8리로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왕년의 홈런왕 김태균은 장타율 4할1푼6리, 홈런 1개로 리그 장타율 40위를 기록 중인데 주전 4번 타자들 가운데는 가장 낮다.
현재까지 모든 구단 4번 타자들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타고투저 시대에 걸맞게 타선 무게를 확실히 잡아주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고루 성적이 오른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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