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유아인·김희애, 서로 영혼을 구한 '겁나 섹시'한 남녀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4.05.14 11: 28

‘밀회’의 유아인과 김희애는 결국 서로의 영혼을 구해줬다. 마음 속 깊은 곳의 빈자리를 채워줬고 상처를 어루만져줬다. 유아인과 김희애는 서로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가 지난 13일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살차 연상연하의 파격적인 멜로를 그린 만큼 불륜드라마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좀 더 깊이 파고들어 가보면 불륜극이라는 표현이 적당하지 않았다.
‘밀회’는 단순히 불륜에 빠진 남녀의 사랑을 그린 것이 아니라 불륜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두 남녀의 이야기를 소상히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혜원(김희애 분)과 선재(유아인 분)을 둘러싼 배경과 감정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이를 통해 ‘밀회’는 인간본성을 건드렸다.

혜원은 남편 준형(박혁권 분)과 쇼윈도 부부였다. 준형은 밖에서 무거운 짐을 이고 들어온 혜원을 위로할 줄도 몰랐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떼를 쓰는 중2병에 걸린 남자였다. 또한 서한그룹의 개 노릇을 하던 혜원에게 선재는 구세주와도 같았다.
마지막 회에서 수의를 입은 혜원이 재판장에서 최후진술에서 화려한 노비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선재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리고 자신의 죄를 털어놓는 장면에서 선재를 통해 ‘노비’ 오혜원이 아닌 ‘인간’ 오혜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혜원은 “저는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제 인생의 명장면이죠. 난생 처음, 누군가, 온전히 저한테 헌신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것도 아니고, 절절한 고백의 말을 해 준 것도 아니었어요. 그 친구는, 그저 정신없이 걸레질을 했을 뿐입니다. 저라는 여자한테 깨끗한 앉을 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애쓴 거뿐이었는데...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누구한테서도 그런 정성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걸, 심지어 나란 인간은, 나 자신까지도 성공의 도구로만 여겼다는 걸”이라고 고백했다. 혜원은 누구 하나 아는 사람도 없고 자신이 눈에 거슬린다며 머리카락을 갑자기 자르는 감옥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편하게 코까지 골면서 잠을 잘 수 있었다.
선재 또한 마찬가지. 선재도 혜원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3회분에서 선재도 혜원과 비슷한 고백을 했었다. 혜원이 “네 선생은 내가 아니라 강준형 교수다”라고 말하자 선재는 “제가 선생님이랑 처음 만났을 때 그때 그렇게 정해졌어요. 운명적으로”라고 표현했다.
선재는 “제가 퀵배달 하다 보면 매일매일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거든요. 다 저랑 상관없고 제가 누군지 관심도 없어요. 저도 관심 없고요”며 “근데 선생님께서는 제 연주를 더 듣겠다고 하셨고, 제가 어떤 놈인지 관찰도 하시고 어떻게 사는지도 보러 오시고 저랑 같이 연주도 해주셨어요. 그러니깐 저는 그날 다시 태어난 거랑 마찬가지예요. 제 영혼이 거듭 난거죠”라고 고백했다.
그렇게 혜원과 선재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대접받지 못했던 서로의 가치를 알아봤고 영혼을 구했다. 정성스럽게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열렬히 사랑한 두 사람. 선재의 표현에 따르면 이들은 서로에게 ‘겁나 섹시한’ 존재였다. 
한편 ‘밀회’ 후속으로 오는 19일 ‘유나의 거리’가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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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밀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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