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이 없다. 최근 배우 이선균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얼마나 '핫' 한 배우인지 실감케 한다. 영화 '화차'로 지난 2012년 관객들을 찾았던 그는 '화차'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관객들을 웃고 울렸다. MBC 드라마 '골든타임'을 한 것도 이때다. 지난해엔 또 어떤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두 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우리 선희'로 관객들을 만났고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말 그대로 '바쁘다 바빠'.
올해엔 '끝까지 간다'다.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에서 이선균은 거의 모든 장면에 나온다. 55회차로 진행된 촬영 일정에서 2~3회만을 빼놓고 모두 다 촬영장으로 출근을 했을 정도다. 체력적으로 힘들 법도 한 지옥 같은 스케줄에도 이선균이 싱글벙글인건 순전히 연기가 즐거워서였다. 연기가 자신을 살아있게끔 만들어준단다. 그래도 좀 지치지 않느냐며 집요하게 추궁하는 기자에게도 그는 일하는 게 즐겁다고 싱글벙글이다.
"촬영하는 것, 그러니까 일하는 게 좋아요. 연기할 때는 예민해 질 때도 있고 특히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엔 액션을 하면서 몸을 많이 맞고 힘들긴 하지만 연기하는 게 즐거워요. 나 자신을 끊임없이 고민하게끔 하고 능동적으로 바꿔주는 거니까. 지치긴 하지만 저를 제일 살아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단, 뛰는 연기는 예외다. 진짜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너무 힘들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한 그는 두 남자가 엉키는 액션보다 뛰는 연기가 제일 힘들었단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에게 한 가지 팁을 알려준다면 달리다가 다리가 풀려 넘어지는 이선균의 모습은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이라는 점. "다리 풀려 넘어진 적 있어요? 진짜 창피해요"라며 껄껄껄 웃는 그는 당시가 생각났던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뛰는 건 힘들었어요. 처음에 그 장면 찍기 전에 동선 체크만 하기로 돼있었거든요. 카메라 없이요. 그런데 상대 배우가 냅다 뛰는 거예요. 덩달아 저도 뛰었죠. 진짜 힘들었어요. 오히려 액션 장면은 힘들 거를 각오하고 준비한 장면이라 그랬는지 걱정했던 것보다 빠른 시간에 수월하게 잘 찍었던 것 같아요."

즐거운 연기가 그에게 부담을 줄 때도 있다. 이번이 특히 그렇다. 연기가 힘들어서? 아니다. 오롯이 자신 혼자 극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그렇다. 그동안 많은 작품의 주연을 맡아왔던 그이지만 이번만큼은 유독 부담이 된단다. "내가 너무 많이 나와"라며 고개를 숙인 채 머리카락을 움켜쥐는 그의 모습이 생소했다.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니 "진짜 부담된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부담이 많았어요. 지금도 느끼고 있고 영화 시작 전에도 그랬고요. 조진웅이라는 훌륭한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훌륭한 배우들과 같이 하고 있지만 초반부는 저 혼자 이끌어 가는 거라 내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게 아닐까 걸리더라고요. 촬영하는 과정은 즐거웠는데 끝날 때 되니까 감독님에게 '제가 너무 많이 나와요'라고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그러면서 책임도 느끼는 것도 있고 열심히 하는 동기 부여도 됐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부담은 여전해요. 하하."
상대 배우와의 찰떡 호흡도 연기가 즐거운 이유 중 하나일 터. 이선균은 극 중 함께 호흡한 배우 조진웅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 할까' 생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란다. 그러면서 그는 조진웅을 야구에 비유했다. 홈런 잘 치는 힘 좋은 4번 타자인데 정교한 안타도 잘 치는.
"조진웅은 정말 좋아하는 배우에요. '어쩜 얘는 연기를 이렇게 잘할까' 생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죠. 조진웅이 대중에게 관심 받기 전부터도 작품들을 보면서 '저 친구 누구야' 할 정도였어요. 정말 잘한다고 생각을 했고 볼 때마다 조진웅은 자웅동체 같아요. 마초 같고 남자다운 면도 있지만 여자같이 섬세한 면도 있어요. 감성적인 면이 있죠. 예민한 구석이 있는 건 좋은 배우라는 거예요. 야구에 비유하자만 힘 좋은데 정교한 타자 같아요. 정말 조진웅의 연기를 보고 '똑같네' 이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 실망한 적이 없죠."
연기가 천직인 이선균, 그리고 그와 찰떡 호흡을 과시한 조진웅. 이 두 배우가 시너지 효과를 낸 '끝까지 간다'는 이제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끝까지 간다'를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에 한참이나 고심하던 그는 이 말을 내뱉었다. 긴장의 연속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화.
"옆으로 새지 않는 한 방향의 극적 재미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요즘 영화를 보면 다양한 장치를 넣고 여러 가지 인물을 넣고 멜로 코드도 넣고 하잖아요. 저희는 명확한 것 같아요. 그 안에 긴장과 유머와 여운과 사건이 있는데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닌, 개연성을 만들면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아! 긴장의 연속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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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