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장, "WADA 규정도 문제 많아"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5.14 15: 17

"세계반도핑기구(WADA) 규정도 고쳐야할 부분이 많더라."
전도유망한 두 선수의 앞길을 망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다행히 징계는 철회됐고, 선수들은 무사히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잃어버린 81일의 시간은 큰 아픔으로 남게 됐다. 이 점에 대해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은 협회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WADA 규정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14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복귀 소감을 전했다.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장과 이득춘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이 동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용대는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고 감사하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선수촌에 돌아왔다"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김기정 역시 "배드민턴을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지난 1월 도핑 테스트 규정 위반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으로부터 1년 동안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불시에 시행하는 도핑 테스트를 세 차례 받지 않은 탓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행정처리 미숙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로, WADA는 이 점을 고려해 2년이 아닌 1년 선수 자격 정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014아시안게임 출전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려온 두 선수에게는 여전히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이에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재심의를 요구했고 그 결과 BWF로부터 받은 자격 정지 징계가 풀렸다. WADA가 이 결정에 대해 항소할 경우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신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BWF와 CAS에 어제까지 모두 확인한 결과 WADA가 항소문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해 복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두 선수는 쉬는 동안에도 라켓을 놓지 않고 훈련에 전념했다. 복귀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도 "지난 3개월 동안 두 선수가 개인훈련을 많이 했다. 훈련에 참여하며 몸상태를 만들었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이나 체력 문제는 걱정하지 않는다. 경기력도 맞춰가고 있는 중"이라며 두 선수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그 어떤 설명을 덧붙인다해도 원칙적인 문제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미숙한 행정처리에 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이번 사태는 배드민턴협회의 행정적인 실수였음이 명백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협회 역시 거듭 태어난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하겠다"며 실수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신 회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나 역시 WADA 규정을 몰랐다. 이번 사태로 인해 WADA 규정을 모두 봤는데 불합리한 규정들이 많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신 회장은 "이를테면 '불시검문을 와서 호출했을 때 1시간 내로 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또한 공인된 국제대회에서 이미 도핑테스트를 마친 선수들인데 또 검사하러 온다는 것도 그렇다"며 "WADA 규정도 고쳐야할 점이 있다"고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또한 "이번 일이 벌어진 후 '이용대 효과'로 다른 많은 협회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법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신 회장의 말처럼, "이번 일이 많은 협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제2의 이용대, 김기정이 탄생하는 모습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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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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