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계에서는 '용병'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는 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근 외국인 선수들은 프로야구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그런 만큼 '돈을 주고 전쟁에 고용'하는 용병이라는 단어는 너무 전투적인 느낌이 강하고 정없어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 대신 외국인 선수, 혹은 외인 선수로 줄여 부르자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용병은 용병이었다.
넥센은 1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브랜든 나이트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나이트는 올해 6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하면서 부진했다. 결국 올해 각팀에 있는 28명의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먼저 짐을 쌌다. 일주일간의 기간 동안 타팀의 요청이 없다면 나이트는 자유의 몸이 된다.

나이트는 2009년 삼성에 입단했으나 32경기 12승7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한 뒤 웨이버 공시돼 2011년부터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은 그해 나이트가 7승15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부진했으나 팀에서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무릎 수술을 받는 등 재기 의지가 큰 점을 들어 재계약했다.
나이트는 2012년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12승10패 평균자책점 4.43으로 다시 기복있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로 한국 나이 40살. 나이도 많고 2012년 만큼의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것을 다 알지만 넥센은 올해 나이트와의 재계약을 결정했다.
무엇보다 나이트가 넥센과 오래 인연을 맺은 것은 성적이 아닌 마인드 때문이었다. 갈 곳이 없어진 자신을 받아준 넥센에 대한 애정이 큰 나이트였다. 그는 넥센에서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 고참으로서 행동했다. 박병호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렸고 새 외국인 선수들을 이끌어줬다. 최근에도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후배 선수들에게 운동법 등을 알려주곤 했다.
그러나 넥센은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너진 선발진을 두고 볼 수 없었고 결국 첫 희생양은 나이트가 됐다. 많은 돈을 주고 데려오고 또 그 만큼의 성적을 내야 하는 외국인 선수에게 토종 선수들만큼의 인내심은 없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넥센이 4일 휴식 후 16일부터 부산 원정이라 선수들과도 인사할 시간이 없다는 것. 넥센 관계자는 "나이트가 개인적으로 비행기나 KTX로 사직을 방문해 인사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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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브랜든 나이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상우, 한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