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튄다. 월·화·수·목, 드라마마다 불꽃 튀는 남자들의 전쟁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외모부터 연기력과 존재감, 어느 것 하나 빠질 게 없는 남자 배우들은 극 중 서로의 라이벌로 등장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기 센 여배우들이 전쟁을 펼쳤던 MBC ‘기황후’의 후속 ‘트라이앵글’에서는 닮은 듯 서로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세 형제가 활약하고 있다. 이범수, 김재중, 임시완이 그 주인공. 어린 시절 불행한 일로 헤어졌던 삼형제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 판이하게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연기하는 배우들의 개성이 서로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균형있게 맞아 들어가는 것이 '케미스트리'의 성공 요건.
그런 면에서 이범수, 김재중, 임시완의 호흡은 일단 합격점이다. 분노조절장애에 걸린 큰 형 장동수(이범수 분)와 도박의 고장 사북의 ‘양아치’ 허영달(김재중 분), 재벌 2세 엘리트로 자란 막내 윤양하(임시완 분)까지 형제들을 연기하는 세 배우는 극이 진행될수록 꼬이고 꼬이는 관계 속에서 남다른 호흡을 발휘하고 있다. 50억이라는 거금을 숨긴 허영달과 그런 그를 의심하는 형사 장동수, 허영달과 연적으로 얽히는 윤양하까지 세 배우가 만나고 엮일수록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더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월요일과 화요일 돋보이는 ‘남남 케미’의 예로 SBS 월화드라마 ‘닥터이방인’ 두 천재 의사들을 뺄 수 없다. 이종석이 연기하는 북한 출신 천재 의사 박훈과 박해진이 연기하는 명우 대학병원 흉부외과 신임 과장 한재준은 의술 대결 뿐 아니라 연애에서도 삼각관계에 휘말리며 여성 팬들의 마음을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다. 일취월장한 연기력으로 대세 배우란 수식어를 견고히 지키고 있는 이종석, ‘별에서 온 그대’의 순정남 캐릭터에서 이제는 냉정하고 차가운 의사로 변신한 박해진의 매력은 쉽사리 우위를 가릴 수 없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젊은 배우들의 대결이 두드러진다면,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관록의 배우들의 치열한 경쟁이 눈에 띈다.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의 두 주인공 김명민과 김상중은 드라마 시작 전부터 연기력 대결을 예고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뚜껑을 열어본 드라마는 단연 두 배우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뛰어난 연기력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기억상실증을 기준으로 한 인물의 다른 두 가지 모습을 연기하는 김명민은 시청자들로부터 '역시 본좌'라는 감탄 받았으며 때로는 김명민의 조력자로, 때로는 견제자로 무게중심을 잡는 김상중은 특유의 중후한 매력을 발산하며 김명민의 완벽한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경우 나이차가 나는 두 남자 배우의 카리스마 대결이 눈길을 사로잡고있다. 네 명의 강력계 신입 경찰들의 좌충우돌 적응기를 담은 이 드라마에서 이들을 훈련시키는 상관 서판석 역은 차승원에게 돌아갔다. 차승원은 예상했던대로 네 신입 경찰관을 꽉 잡는 카리스마, 적절히 조화된 코미디 연기로 드라마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그와 '케미스트리'를 발휘하고 있는 이는 은대구 역의 이승기다. 착한 국민 남동생에서 선배 차승원과 불꽃 카리스마 대결을 벌이고 있는 이승기는 만능엔터테이너 답게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장통 출신 건달과 그런 그를 형으로 받아들이게 된 재벌 2세를 연기하는 강지환과 최다니엘(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 억울한 음모에 빠져든 선량한 시민과 그런 그를 궁지에 몰아넣는 절대악을 연기하는 김강우와 엄기준(KBS 2TV '골든크로스')까지 주중 드라마 속 남자배우들의 '짝꿍' 호흡은 이제 '핫'한 드라마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남자배우들의 경쟁으로 숨 돌릴 틈 없는 드라마의 세계에서 가장 마지막에 웃을 배우들은 누가 될 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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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앵글', '빅맨', '너희들은 포위됐다' 캡처, '개과천선', '닥터이방인'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