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완 "남자, 사랑에 빠지면 이성적일 수 없다"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5.14 17: 08

아직 '더 파이브'의 섬뜩한 예술가 살인마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았는데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이다. 드라마 '칼과 꽃'의 미친 왕의 모습이 어른거리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다음 모습이 기대되는 배우 온주완이 이번에는 아내를 자신의 상관에게 뺏기는(?) 군인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단순한 비극적인 인물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영화 '인간중독'(김대우 감독, 14일 개봉)은 1969년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아내가 있는 엘리트 군인 김진평(송승헌)이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군 관사 안에서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과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러운 러브 스토리를 그린 19금 멜로.
그가 분한 경우진은 단순한 설명이 어려운 캐릭터다. 아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실제 경우진이 이를 눈치채는지 아닌지는 정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경우진은 어떤 인물이냐고 물었다.

"이중성이 있고 출세와 야망밖에 없는 남자. 아내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녀가 날 배신하지 않을거다'라는 믿음이 있는 남자죠. 그런데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엄청난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요. 내 이름으로 올라가야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지긋지긋한 삶이 싫었을 거라 생각해요. 사랑 따윈 내 삶에 여유가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몰라요. 이 친구가 아내와 상사가 사랑에 빠진 걸 과연 몰랐을까요? 전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한층 더 진지해졌다. 오히려 기자에게 "'인간중독'이란 제목이 뭘 말하는 것 같냐"라고 물은 뒤 잠시 뜸을 들였다. 이어 그의 말. "나는 우진의 중독이, 나한테는 이 사람이 별 거 아닌데 누군가에겐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 그런 걸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묘한 거죠."
'인간중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냐고 물었다. 온주완은 가장 늦게 영화에 합류했다. "김대우 감독님이 5분에서 10분 정도 밖에 시간이 없었어요. 그 짧은 시간 안에 감독님이랑 영화에 대해 되게 임팩트 있게 신 하나를 갖고 얘기를 나눴죠. 감독님이 '주완 씨는 이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시고, 전 '이런 거 같다'라며 설명했어요. 왜 사람이 다시 볼 사람한테는 작별 인사를 잘 안 하잖아요. 감독님한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촉이 좋은 편이라. '아, 됐다' 이랬는데 빨리 전화가 안 오는 거에요. 그래서 '에이 틀렸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전화가 왔어요. 정말 기뻤죠." 
영화 속 경우진은 찌질하다가도 어느 순간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또 반면 코믹한 부분도 있다. 실제로 관객들에게 경우진이 웃음을 제공하는 포인트가 많다. 이 부분에서 김대우 감독의 즉흥적인 디렉션이 많았단다.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기는 경우진의 대사들이 즉흥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하니 감독의 감각을 새삼 느끼게 했다. 
이번 작품으로 송승헌과 첫 호흡을 맞췄다. 그는 "보기 전에는 승헌이 형에게 선입견이 있었다. 형은 톱스타일 것 같았다. 그런데 너무나 너무나 좋은 형이더라. 장난도 잘 치고 애교도 많고 유머러스하다. 의외였다"라고 말했다.
아내 종가흔 역 임지연에 대한 느낌도 물었다. 임지연은 이 작품을 통해 뜨거운 데뷔를 알리는 신예다. 그는 "처음 모니터를 통해 지연이를 봤을 때 감독님에게 "어디서 데리고 왔어요?"라며 감탄했어요"라고 임지연을 처음 봤던 당시를 회상했다. "오묘한 매력이 가득 해서 영화 개봉하면 환상 깨지지 않게 당분간 숨어있으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어요. 묘해요. 굉장히. 달고 시고 쓴 맛도 있는 '오미자' 같은 느낌이죠."
그런가하면 그는 최근 예능으로 화제를 모았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JTBC '마녀사냥'에 출연하며 카사노바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모르던 사람들에게는 원래 춤꾼임도 알렸고, 솔직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같이 나간 분들이 워낙 나를 예뻐하셨어요. 그렇게 편안한 사람들이랑 같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고 꾸미지 않고, 실컷 웃은 것 같아요. 승헌이 형이랑 쇼 프로그램 나가기 전에 '나가서 재미없게 하고, 재미있기를 바라지 말자, 라고 했어요. 스스로 재미있게 해야 진실되고 편안하고 뻔하지 않은 그림이 되지 않겠냐고요." 이어 덧붙인 한 마디. "그래도 감독님이 '영호남의 쓰나미'라고 할 줄은 몰랐어요. 하하."
그는 영화 관계자들이 연기 잘 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 남자 배우들을 거롭할 때 항상 꼽히는 연기자다. 그 만큼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20대를 지나서 제대 후 30대 배우를 시작했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잃어버리는 푸릇함도 있을거고, 반면 얻는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20대 때보다는 남자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자기 위로죠. 하하."
영화 속 진평처럼 죽을 만큼 사랑했던 기억이 있냐고 물었다. 물론 있다는 대답이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잖아요. 가족과 친구처럼 다 터 놓고 얘기하는데, 어머니가 사랑에 힘들어하던 제게 '그 친구를 용서해. 미워하지마'라고 하시더라고요. 진평한테도 그런 느낌의 사랑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그가 말하는 남자의 사랑은 이렇다.
"내가 모든 걸 포기해도 이 여자가 내 옆에, 내가 이 여자 옆에 있을수 있다면 더 이상 이성적일 수 없는 게 남자예요. 예, 정말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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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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