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34, 두산 베어스)는 이번 시즌 팀의 5선발이었다. 하지만 우천 취소된 경기로 인해 팀 선발 로테이션이 바뀌며 선발 등판 기회를 잃기도 했고, 불펜에서도 등판 기회가 적어 퓨처스리그로 내려가는 아픔도 겪었다.
그런 이재우가 복귀해 역투를 펼쳤다. 이재우는 1군 엔트리에 등록된 14일 문학 SK전에서 선발 정대현에 이어 6회말부터 등판해 3이닝을 책임지며 팀의 12-2 대승에 기여했다. 볼넷 1개만 내줬을 뿐 피안타 하나 없이 탈삼진을 4개나 잡는 무실점 피칭을 한 이재우에게는 시즌 첫 홀드가 주어졌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은 여전히 140km대 초반이었지만, 자신 있게 던지는 공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통과했다. 6회말 등판과 동시에 리그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타자 이재원을 만났지만, 이재우는 루킹 삼진 처리했다. 그리고 루크 스캇의 기습번트에는 기민한 수비 동작으로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다. 8회말 들어 투구 수가 불어나 총 투구 수가 47개가 됐지만, 내용은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경기를 마친 이재우는 “퓨처스리그에서 밸런스를 찾아 좋은 상태에서 자신감이 있었다. 내 공에 확신이 없었는데, 많은 연습을 하면서 찾았다.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았는데, 문동환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는 말로 코칭스태프에도 감사를 전했다.
이제 정재훈과 함께 투수조의 맏형이 될 만큼 야구를 오래 했지만, 평탄한 생활은 아니었다. 투수로 전향한 뒤 승승장구하기도 했지만, 프로 생활은 2000년 훈련 보조 및 기록원으로 시작했다. 다시 선수 신분이 된 뒤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부상과 재활은 이재우를 괴롭혔다. 팀을 위해 마운드에 올랐던 선택이 2번의 팔꿈치 수술로 이어졌고, 2010~2012년에는 1군에서 도합 10이닝도 던지지 못했다. 지난해 66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 2패, 평균자책점 4.73으로 부활한 것은 불굴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많은 것을 경험한 이재우는 이제 “지금 이 나이에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잠시 방황이 찾아올 수 있던 시기에는 많은 코치들이 이재우를 도왔다. “이광우, 가득염, 문동환 코치님이 대화를 하면서 많이 잡아주셨는데, 다시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재우는 다시 한 번 코칭스태프에 감사했다.
지금의 자리가 시즌 초 기대했던 선발은 아니지만, 이재우는 욕심을 버렸다. 이재우는 “다 버리고 왔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베테랑으로서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수술 경력도 있으니 아프지 않고 하는 것이 목표다”라는 말로 달라진 목표를 드러냈다.
투수조의 맏형으로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입장이지만,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말은 아꼈다. “내가 잘 해야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다. 다들 성인이기 때문에 야구 외적인 것은 알아서 할 것이다.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큰 일이다”라는 것이 이재우의 생각이다.
좌완 정대현이 1~4선발 외 투수로는 팀의 첫 선발승을 따내며 5선발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에서 두산은 이재우의 새로운 다짐도 볼 수 있었다. 스스로 다 버리고 왔다고 할 만큼 과거의 영광도, 아팠던 기억도 모두 잊었다. 이재우의 2014 시즌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