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감독님 잘 봐달라" 마지막까지 스승 생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5.15 06: 25

"우리 감독님 잘 부탁드립니다".
한화 김성한(56) 수석코치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성한 수석은 지난 14일 오전 구단에 사임 의사를 전했고, 구단에서도 이를 수용했다. 이에 앞서 김 수석은 김응룡(72) 감독에게 며칠 전부터 먼저 사임 의중을 드러냈으며 이날 경기를 앞두고 최종적으로 결정됐다. 김 수석은 이날밤 대전 숙소에 도착, 짐을 정리한 뒤 15일 오전에 집이 있는 광주로 돌아간다.
김 수석은 "내가 우리 감독님을 잘 못 모셨다. 감독님이 어려워하시는 것을 보기가 어려워 내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며 "사실 나도 오랫동안 많이 힘들었다. 며칠 전부터 감독님께 사임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 또한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 장고를 거듭해 내린 신중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스승의 곁을 떠났다.

갑작스런 김 수석의 사임으로 김 감독과 불화설도 나돌고 있다. 김 감독이 담당 코치들에게 직접 지시하는 일이 잦아지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김 수석의 역할과 입지가 축소됐고, 둘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수석코치가 시즌 중 보직 이동이 아니라 사임을 하는 건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김 수석과 김 감독은 아주 오래된 인연이다. 1983년 김 감독이 해태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1995년까지 감독과 선수로 타이거즈 전성기를 함께 했다. 김 수석은 1997년 해태 타격코치로 지도자를 시작하며 2000년까지 김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춰왔다. 김 감독이 2001년 삼성으로 떠날 때 김 수석이 지휘봉 넘겨받아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해태의 마지막 감독이자 KIA의 초대 감독으로 2004년까지 팀을 지휘한 김 수석은 그해 시즌 중 자리에서 물러난뒤 야인으로 지냈다. 하지만 2012년 10월 김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게 되자 수석코치로 8년 공백을 깨고 현장에 돌아왔다. 감독 출신의 그를 코치로 앉힐 수 있는 건 스승 뿐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이렇게 돼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듯한 인상이다.
그럼에도 김 수석은 마지막까지 스승을 생각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감독님 잘 부탁드린다"며 "죽으나 사나 내게는 우리 감독님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임으로 조금이나마 팀이 살아나고, 김 감독이 명예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자진 사임으로 팀을 떠나지만, 스승에 대한 속마음만은 결코 변치 않았다.
김 수석은 최근 팀 성적 부진으로 김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변호했다. "우리 감독님 너무 비판만 하지 말아달라. 감독님 비판 기사를 보면 나도 마음 안 좋다. 좋게 잘 봐달라"며 안타까워한 게 김 수석이었다. 김 수석은 "나로선 감독님 입장에서 말씀을 드리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웃은 뒤 "야구계를 영원히 떠나는 게 아니니 다시 볼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15일은 스승의 날, 제자는 그렇게 스승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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