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개과천선’, 진중한데 웃기기까지 ‘미친 완급조절’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5.15 09: 59

‘개과천선’이 심각한 법정 드라마라고 생각해 기피한다면 오산이다. 어느 순간 재밌는 코미디 드라마였다가 어느 순간 다시 진중하고 높은 흡인력의 현실성 강한 이야기를 내세운다. 그야말로 ‘미친’ 완급조절을 보이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이 무결점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개과천선’은 성공만 위해 달려나가던 변호사 김석주(김명민 분)가 사고 이후 기억을 잃으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의감이 꿈틀거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 휴먼 법정 드라마. 법정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앞에 ‘휴먼’이라는 수식어가 붙듯이 이 드라마는 짐짓 심각한 재료만 있는 게 아니다.
석주의 주변인물인 박상태(오정세 분)의 코믹한 기운을 비롯해서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 은근한 웃음 장치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5회만 봐도 독특한 성향과 다소 인간적인 실수를 자주 하는 상태의 과거를 소개하는 장면은 웃음이 터졌다. 학력고사 수석이었지만 과외를 했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인해 공직에 있던 아버지가 곤경에 처했던 상태의 과거는 진지하기 그지 없는 차영우 대표(김상중 분)의 정갈한 설명과 기발한 과거 회상 장면이 곁들어지며 웃음을 만들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 장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지윤(박민영 분)이 전지원(진이한 분)을 바라보던 애정 가득한 눈빛을 언급하는 석주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이에 크게 당황하며 “티 나냐”고 되묻는 지윤의 모습 역시 재밌는 대목이었다. ‘개과천선’은 사회 정의보다는 권력에 기대는 삶을 살았던 석주가 점점 인간적인 변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는 드라마. 법정 드라마답게 현실성 강한 이야기로 공감대를 자극하고 있다.
자칫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지만 곳곳에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요소들을 끼워넣는 완급조절이 탁월하다. 씁쓸한 세태를 반영하는 이야기를 통해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시청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웃음 장치를 배치해 재미를 높이는 것.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드라마가 될 수도 있지만 ‘개과천선’은 시청자들을 들었다놨다하는 ‘미친 완급조절’로 중독성 강한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김명민과 김상중이라는 흡인력 강한 배우들의 열연을 보는 재미, 판타지가 아닌 우리 현실을 다루는 공감 가득한 이야기에 매력적인 즐거움까지 녹아 있는 것. 덕분에 ‘개과천선’은 5회가 방송되도록 눈에 띄는 아쉬운 대목 없이 호평 가득한 드라마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물론 아직 많은 이야기가 남아 향후 이 드라마에 대한 최종 성적표가 어떨지는 미지수이나 현재까지는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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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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