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한국인 볼링대표팀 감독 3인방 중 '막내' 이훈표 바레인 감독이 활짝 웃었다. 오는 9월 열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가진 평가전이었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런 결과였다.
이훈표 감독이 이끄는 바레인은 14일(한국시간) 바레인 시트라의 오존 엔터테인먼트 볼링센터에서 끝난 GCC 볼링대회에서 대망의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GCC는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6개국을 일컫는다.
여기서 개최국 바레인은 남자부에서 금 2개, 동 1개를 따냈고 여자부에서는 금 5개, 은 2개, 동 3개로 대부분의 메달을 휩쓸었다. 이훈표 감독이 작년 8월 부임한 후 9개월만에 거둔 쾌거다.

선수층이 턱없이 얇은 바레인 볼링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야 하는 이 감독에게는 더 없이 큰 힘이 됐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객관적으로 드러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감독 스스로도 자신감을 얻었다.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한 이 감독은 "작년 한국에 와서 치른 첫 GCC 대회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볼링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겪지 못한 치욕이라 고민이 많았다"면서 "결국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 덕분이다. 대부분 젊은 선수들이었는데 고맙다. 그밖에 바레인볼링협회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기쁨도 잠시 같은 한국인 선배를 챙기기도 했다. "김의영 UAE 감독님은 지금까지 GCC 대회 종합 우승을 놓친 적이 없었다"는 이 감독은 "GCC 대회는 금메달만 중요하게 여기지만 남자부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낸 것은 UAE이다"고 위로했다. UAE는 남자부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를 차지했다.

또 이 감독은 박명환 쿠웨이트 감독에 대해서도 "마스터즈 우승을 했더라면 종합우승은 바레인이 아니라 쿠웨이트였다"면서 "솔직히 외국인 감독은 매 대회마다 결과를 내지 않으면 불안에 떨어야 한다. 오늘은 내가 밥을 사야겠다"고 미안해 하기도 했다.
김의영 감독과 박명환 감독도 후배의 우승을 축하해줬다. 김 감독은 "이 감독이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축하한다. 나도 UAE 선수들도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 역시 "어차피 아랍권에서는 함께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경기 후에는 서로 격려하고 있다. 이 감독의 우승을 축하한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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