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부터 6번 타자로 활약 중이다. 6번 이승엽, 여전히 낯설다.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고 대표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했던 그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6번 타자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6번 타자의 타점이 많은 팀이 강하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말이다. 그래서 일까.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이 4번 타자 같은 6번 타자가 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엽 역시 "타순은 상관없다. 내가 해야 할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았을 듯. 하지만 그는 "팀이 이기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개의치 않았다.

이승엽은 14일까지 타율 2할8푼9리(121타수 35안타) 3홈런 19타점 13득점을 기록했다. 전성기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승엽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약육강식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계속 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14일 대구 한화전서 6회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승리에 이바지했다. 이승엽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비록 6번 타자지만 팀에서 원하는 부분과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상태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시즌은 길고 중요한 경기가 더 많이 남아 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작년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짓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늘 말한다. "야구했던 날보다 야구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래서 그는 "현역 유니폼을 벗을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팀내 타자 가운데 맏형인 그는 언제나 그렇듯 가장 일찍 야구장에 나온다. 라커룸에서 개인 장비를 점검하고 트레이너실에 가서 치료를 받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한다. "요즘 들어 게을러졌다"고 말하지만 훈련할때의 표정 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이승엽 또한 인간이기에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 하지만 지금껏 쌓아왔던 명성에 흠이 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분명한 건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우던 이승엽의 모습은 아니다. 야구 팬들에게 '살아있는 전설' 이승엽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쁨과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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