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사투리, 리얼리티 살린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5.15 14: 18

드라마 속 사투리가 극의 현실성을 살리고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는 배우는 왠지 모르게 정감이 느껴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
친딸과 양딸이라는 신분의 뒤바뀌면서, 극도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 두 딸과 두 어머니가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는 또 하나의 재미가 있다. 바로 사투리다.
‘왔다! 장보리’에서는 부모와 떨어진 채 기억을 잃은 보리(오연서 분)가 전라도 장흥에서 성장하게 되는데, 전라도 사투리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다양한 추임새가 있어 구성지지만 듣기에 따라 살벌한 전라도 사투리는 ‘왔다! 장보리’ 뿐만 아니라 일일특별기획 ‘엄마의 정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벌교에서 차 부잣집 땅을 밟지 않고는 어디도 갈 수가 없다고 하는 천석꾼 손자로 자란 차동수(박근형 분), 오경숙(김창숙 분) 회장 부부가 상류층에서 순화된 듯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는 것. 백제국의 파란만장한 가족사와 처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뤘던 ‘제왕의 딸, 수백향’ 역시 지역 배경에 맞춰 망구(김민교 분)와 똘대(김뢰하 분), 꼬막댁(박희진 분) 등이 전라도 사투리를 써서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가하면, 월화특별기획 ‘트라이앵글’에서는 장마담 역을 맡고 있는 이윤미가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해내고 있다. 이윤미는 제작발표회에서 “부산 사투리 연기를 위해 지인들을 불러모아 배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황금무지개’에서도 안내상, 김혜은, 류담 등이 경상도 사투리로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한 바 있다. 경상도 사투리는 생소한 어휘, 된소리가 많아 무뚝뚝하게 들리지만 중독성이 강한 측면도 있다.
의뭉스럽고 능청스럽지만 인심 좋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도 듣는 맛이 쏠쏠하다. 지난해 초, 국정원 요원들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다뤄 인기를 끈 바 있는 ‘7급 공무원’에서 충청도 출신의 김서원(최강희 분)이 “기여? 아니여”를 연발할 때마다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았다. 최강희의 부모로 등장한 이한위-김미경 역시 찰떡궁합을 선보이며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했다.
사투리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작가가 그 지역 출신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왔다! 장보리’의 김순옥 작가와 ‘엄마의 정원’의 박정란 작가의 고향이 전라도이다. 김순옥 작가는 부모와 남편도 같은 전라도 출신이라 대본을 집필할 때 가족들이 조력자라고 밝혔다. 극의 재미와 현실성을 위해 지역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사투리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고 한다.
연기자의 입장에서 사투리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강화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도전해 볼 만한 숙제다. 그 지역 출신 연기자라면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사투리는 하드트레이닝이 필수다.
네이티브형 연기자로는 ‘왔다! 장보리’에서 보리를 양딸로 키우고 있는 도씨 역의 황영희가 요즘 주목받고 있다. 목포 출신이여서 전라도 사투리가 낯설지는 않지만, 상황과 감정에 몰입해서 대본을 외우고 있다.
“오연서 씨가 사투리가 어렵다고 하는 게 충분히 이해된다. 사투리가 원래 어순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연서 씨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딸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엄마의 정원’의 박근형, 김창숙도 전라도 출신의 배우로 귀에 착착 감기는 사투리를 노련하게 보여주고 있다.
연기 트레이너에게 집중적인 교육을 받아 사투리에 도전하고 있는 트레이닝형도 있다. 오연서, 이윤미 등의 연기자들이 지금도 사투리를 입게 붙게 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오연서는 “전라도 말은 ~해부렀냐, ~잉 같은 어미가 매번 달라져서 어렵다. 하지만 할수록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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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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