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학교 2013',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훈훈한 외모로 많은 소녀 팬들을 확보한 배우 이이경이 이번엔 앞선 작품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선택했다. 가장 대중적인 매체, 브라운관으로 대중을 만난 이이경이 저예산 영화로 시선을 돌린 것.
김기덕 감독의 스무번째 작품 '일대일'(김기덕 감독)에서 그림자 1 역으로 새로운 매력을 선사하는 이이경은 데뷔부터 남달랐다. 퀴어영화 '백야'로 데뷔하며 충무로의 시선을 모은 것. 욕심 많은 신인 배우로서는 꺼릴 법도 한 저예산, 퀴어영화였지만 이이경은 연기 앞에서 장르는 중요하지 않단다. 이번 '일대일'도 그렇다. 상업영화는 상업영화 나름의, 저예산 영화 특히 이번 '일대일'의 경우엔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기에 각 장르마다 매력이 있단다.
"상업영화, 저예산영화 이런 것들을 가리진 않는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일대일'의 경우엔 김기덕 감독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서 관객분들이 그걸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불편하게 보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편하게 보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면서 웃고 끝나고 사건으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부제도 있으니 돌아가시는길에 그걸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 욕심있지만 울림 있는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아직 신인이기에 대중적 인기에 대한 욕심은 분명히 있을 터. 이이경은 집요하게 추궁하는 기자에게도 그런 거에 대한 욕심은 없다며 손사레를 쳤다. '학교 2013'에서 함께 연기한 이종석, 김우빈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그 인기가 너무 부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단,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끔은 부럽다고 말했다.

"인기에 대해서 부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부러운 건 딱 한 가지에요. 본인이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는 거요. 하지만 저는 인기를 쫓아가지 않을 거에요. 저는 인기를 얻는 사람이 아니라 연기하는 사람이니까요."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명확하고 연기와 관련해 절로 감탄을 자아낼 만한 멋진 말을 쏟아내는 그는 사실, 연기로 그의 인생을 시작하진 않았다. 운동을 하며 체대를 다닌 그는 군대에서 우연히 본 드라마 한 편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병헌이 나온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 이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워 온 그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꿋꿋이 자신의 갈 길을 걸으며 결국 배우라는 꽃봉오리를 터뜨렸다.
"원래는 운동을 했었어요. 저는 TV하고는 거리가 먼 아이였죠. 집에 있는 TV에는 EBS와 KBS 1TV만 나왔어요. 아버지가 5개 국어를 하실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 분이었고 누나는 멘사 회원에 대기업 다니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 같은 놈이 나온 거에요(웃음). 군대를 갔을 때 당시 '아이리스'가 유행이어서 우연히 봤는데 힘들었던 마음을 '아이리스'가 달래줬어요. 막 기다려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저렇게 연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연기 학원에 등록해서 연기를 공부했죠. 하다 보니 더 좋아져서 정식으로 서울예대에 들어갔고요. 부모님 반대가 심했지만 저는 그냥 제 갈 길 갔어요(웃음). 지금은 묵묵히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죠."
한 번의 강렬한 울림으로 배우가 된 이이경.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공백이 없었으면 좋겠단다. 그리고 공백을 빠르게 채워나가며 빨리 서른이 되고 싶단다. 이건 또 무슨 말. 왜 서른이 넘고 싶냐 물으니 무거운 역할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작은 배역이라도 안 쉬었으면 좋겠어요. 드라마에 한 신 나와도 좋고 영화에 한 신 나와도 좋아요. 공백 없이 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면서 빨리 서른이 넘고 싶어요. 서른을 넘으면 무거운 역할을 제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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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