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승-1위' 한화 2군, 왜 이렇게 잘 나가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5.16 06: 49

한화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5연패로 8위까지 처졌다. 하지만 2군은 딴판이다. 최근 파죽의 10연승을 달리며 남부리그 단독 1위로 뛰어올랐다.
2군 무대라고 하지만 10연승은 쉽게 이룰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한화 2군은 4월까지 9승11패2무 승률 4할5푼으로 남부리그 6개팀 중 5위로 처져있었다. 하지만 5월 10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보름 만에 단숨에 1위까지 도약했다. 1군의 부진에 지친 한화팬들은 '서산 이글스' 선전에 쓰린 속을 달래며 희망을 갖고 있다.
투타 조화가 잘 이뤄졌기에 가능한 상승세다. 5월 10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은 2.80에 불과하다. 조영우(2승)·조지훈(1승)·황영국(1승) 등 1~2년차 젊은 피들이 선발승을 거두며 존재감을 알렸다. 베테랑 마일영도 개막 후 11경기에서 1세이브1홀드를 거두며 8⅓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으로 무적이다.

야수 쪽으로 눈길을 돌려도 마찬가지. 5월 10경기에서 팀 타율이 무려 2할9푼8리로 3할에 육박한다. 경기당 평균 7.0득점으로 화력을 자랑한다. 도루도 15개로 스피드 야구까지 구사한다. 이 기간 동안 강경학(.485·2홈런·6타점) 박준혁(.346·8타점) 노수광(.355·3도루) 이창열(.308·3타점)등 신예들과 이대수(.345·1홈런·6타점) 김경언(.267·10타점) 등 베테랑들이 조화를 이뤘다.
한화 2군을 이끌고 있는 이정훈 퓨처스 감독은 10연승 행진에 대해 "2군은 승리가 중요하지 않다. 승리보다는 선수들의 기량을 갈고 닦고 조이고 다듬어야 하는 곳이다. 이기는 것은 두 번째 문제"라며 "선수들이 너무 이기는 데에만 맛들여서 승리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실수하고 실패했을 때야말로 2군이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는 말로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정훈 감독은 "사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경기 내용이 안 좋았다. 하지만 경기를 할수록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실책을 하고, 삼진을 당해도 자신있는 플레이를 하면 격려해줬다. 아직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6점이다. 더 많이 좋아져야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점점 나아지는 중"이라고 4월과 달라진 비결을 설명했다.
가장 돋보이는건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테랑 선수들이 앞에서 이끌며 가능성있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이 감독은 "1군 선수들이 2군에 와서 털래털래 하는 건 내가 절대 못 본다"며 "고참들과 소통하며 모범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야 어린 선수들도 보고 배우며 발전하고, 한화 미래가 산다"고 주문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대수다. 시즌 초반부터 2군으로 내려온 이대수이지만 모범적인 훈련 자세로 이 감독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이 감독은 "힘든 훈련을 이겨내며 계속 좋아지고 있다. 순발력 훈련으로 몸 움직임이 가벼워졌다. 방망이도 좋아 언제든 1군에 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칭찬했다. 최근 1군 올라간 강경학과 박준혁에 대해서도 이 감독은 "가능성있는 선수들이라 계속 기용해보니 기량이 느는 것이 보이더라"고 만족스러워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기분 좋은 것과 기쁜 것은 다르다. 이기면 기분이 좋지만 잠깐이다. 기쁨은 그보다 더 오래간다. 이곳에 있는 코치들 모두 그런 기쁨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2군에서 연승하고, 1위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1군에 보탬이 되는 선수들이 2군에서 나와야 한다. 1군이 잘 되어야 팀이 잘 되는 것이다. 2군은 항상 1군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연승, 1위 등극의 성적을 떠나 2군 본연의 임무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이정훈 퓨처스 감독. 한화 이글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