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지창욱 "하지원, 선배·누나..연인은 글쎄?"[인터뷰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5.16 08: 00

‘타냥(타환과 승냥) 커플’의 마지막은 슬프고 애절했다. 남자는 여자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고백하며 죽음을 맞이했고, 그렇게 홀로 남겨진 여자는 애처로웠다.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의 인기를 견인했던 것은 지켜주고 싶은 남자 지창욱과 멋지고 든든한 여자 하지원의 찰떡 호흡이었다.
5월의 어느 날 OSEN과 만난 지창욱은 드라마 속 연인이었던 하지원과의 낯설고 어색했던 첫 만남에 대해 털어놨다.
“첫 촬영 때가 기억에 되게 많이 남는데요…. 정말 불편했어요. 그렇게 불편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불편했어요.(웃음) 지원 누나도 낯을 가리고 저도 낯을 가리는데 계속 붙어있고 티격태격해야하는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첫 촬영이 승냥이랑 해변에서 말 시합을 하는 장면이었거든요, 현장에서 누나를 처음 봤는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하면서 다가가야 할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여자 선배님이시니까. 고민하면서 했던 첫 말이 그거였어요. ‘누나, 저희 학교 선배님이세요.’ 그랬더니 누나가 ‘아, 그래요?’, ‘네’. 이러고 촬영에 들어왔어요.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말을 하고 친해져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이후 두 사람은 촬영을 하며 많이 친해졌다. 타환 역을 맡았던 지창욱의 경우 대부분의 장면이 승냥이 하지원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이었기에 카메라 앞에서 장난을 치다보니 어느새 편해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작품 얘기도 많이 했다고. 하지원에 대해 “편했던 선배고 누나고 배우였던 거 같다”고 말하던 지창욱은 ‘잘 어울린다. 사귀어 보라’는 장난에 “정중히 거절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첫 만남에서 하지원과의 대화가 어색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창욱은 남중, 남고를 나왔다며 여자 선배나 파트너를 대할 때 조심스러워진다고 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이런 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인간 지창욱은 유약한 황제 타환과는 많이 달랐다. 남자들 사이에서 뒹굴고 자란만큼 남자다운 매력이 있었다. 또 ‘형’이라 부르는 많은 배우들의 이름이 언급됐다. 친한 사람 중 하나는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사람들’을 찍으며 만났던 배우 조진웅이다. 갓 데뷔했던 지창욱은 선배이자 형인 조진웅과 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았고 지금까지도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연기 잘하고 나랑 나이 차이가 열 살이나 나는 선배가 꼬맹이를 데리고 같이 얘기를 잘 했던 거 같아요. 진웅이 형에게 연기에 대해 많이 물었어요. 형은 그때마다 같이 고민을 해주셨어요. ‘연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국밥집에서 술을 먹다가 펑펑 운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형이 같이 울어주기까지 해주셨죠. ‘솔약국집 사람들’을 찍을 때 이필모 형, 현주형, 상진이 형, 유선 누나, 박선영 누나 등 많은 선배들이 저에게 본보기가 됐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자랐던 것 같고, 좋은 걸 많이 본받을 수 있었어요.”
지창욱은 다양한 작품 제의가 들어오는 요즘 들어 유독 과거 조진웅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이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형이 그런 말을 했어요. ‘어떤 작품이 들어와서 거절할 때는 네가 네 살을 잘라내는 아픔을 가지고 정중하게 거절해라’ 그 때는 그냥 들었어요. 그렇게 작품이 들어온 적 없어서 몰랐거든요.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나에게는 하나의 배역일 수 있지만 작품을 기획하거나 쓴 사람한테는 전부일 수 있는 거잖아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작품을 놓고 연락을 먼저 주시는 건 감사해야할 일인 것 같아요. 요즘 들어 그 말이 많이 생각나요.”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 ‘기황후’를 얘기하면서 엔딩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지창욱은 마지막 회에서 타환이 죽음을 맞이할 줄 대본이 나오기 전까지 몰랐다고 했다. 그 누구도 결말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증권가 정보지 못지않은 각종 설들이 난무해 혼란스러웠다고. 그러나 그는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은 ‘새드 엔딩’에 한 표를 걸었었다고 귀띔했다. 
“작가님이 엔딩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한번쯤 물어보셨어요. 전 ‘죽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고 말했었어요. 이미 해피 엔딩으로 끝나기엔 많은 일들이 벌어졌으니까요. 모든 사건이 나열이 되다 이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하면 슬픔 보다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생략) (그래도 새드엔딩은) 승냥이가 짠하기도 하고 타환이가 짠하고 골타도 불쌍하고 마음이 그랬어요.”
 
‘기황후’ 촬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나 타환이 조금씩 광기어린 모습을 보이던 후반부 신 중 하나다. 촬영 전 늘 연기에 대해 계산하고 고민하고, 최선의 공을 들이는 지창욱은 중요한 신을 앞두고 작가로부터 “(타환의 성격이) 180도 바뀐 걸 세게 표현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마치 공연을 하듯 해당 장면을 찍었다.
“굉장히 많은 계산이 필요했던 장면인데 시간 점프를 한 적이 있었어요. 타환이 반미치광이가 돼 장군 한명을 죽여요. 5년 전이 나오다 바로 그 장면이 그날의 엔딩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산을 많이 했어요. 그 때 재밌게 촬영했어요. 신이 굉장히 길었는데 롱 테이크로 한 번에 갈 수 있었어요. 마치 공연처럼 했던 기억이 있어요.”
현재 지창욱은 일본에서 팬미팅을 앞두고 있다.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이 일본에 수출돼 많은 일본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영화와 뮤지컬 일정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쉬고 싶을 마음이 가득할, ‘기황후’를 마친 자연인 지창욱이 가장 많이 원하는 건 뭘까?
“여행도 가고 싶고, 그냥 며칠 집에서 뒹굴 거리고 싶고 친구들이랑 술도 진탕 마셔보고 싶고요. 테라스가 있는 커피숍에서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싶어요. 여유를 찾고 싶어요. 때론 일 생각이나 계획 없이 그렇게요. 8개월 동안 ‘기황후’를 하면서 감정 소모가  많았고, 바쁘게 촬영했고, 아직도 바쁘게 소화하고 있는데 마무리가 되면 한가해지고 싶어요. 그런데 한가해지고 싶다는 게 얼마 못가더라고요. 3주 하면 많이 버틴 거에요. 쉬다보면 연기가 하고 싶고, 근질근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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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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