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SK 재활코치는 “복귀 후 이렇게 몸 상태가 빨리 올라오는 선수는 처음 봤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고효준(31, SK)의 가파른 상승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집해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46㎞의 강속구를 던지며 어깨를 예열하고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과정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다. 고효준의 남모를 노력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SK 왕조를 이끌었던 왼손 투수 중 하나인 고효준은 공익근무를 마치고 최근 복귀해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처음으로 퓨처스리그(2군)에서 공을 던졌다. LG 2군과의 경기에서 팀 두 번째 투수로 등판, 2⅔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가능성을 높였다. 2군이기는 하지만 LG 2군의 방망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투구였다.
눈길을 끌 만한 것은 최고 구속이다. 이날 고효준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6㎞까지 나왔다. 공익근무 전의 구속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몸을 정말 잘 만들었다”라는 SK 관계자들의 기대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김경태 코치는 “3군에서 던지는 것을 봤었는데 그 때도 첫 경기에서 146㎞가 나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고효준은 군 복무 기간 중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을 끝냈다. 입대 전보다 오히려 팔꿈치 상태는 좋아진 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고효준의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운동했다. 김 코치는 “공익근무 시절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 공익근무가 끝나면 오후 8시에 야구장에 나와 11시까지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가곤 했었다”라고 떠올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1군에 복귀하는 날을 벼르고 있었던 셈이다. 완벽한 몸 상태는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예상보다 좋은 수치에 복귀 시점도 조금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만수 SK 감독은 “경기를 봤는데 공이 좋았다. 오는 18일 선발로도 등판할 예정이다. 18일 경기 내용을 보고 (1군 승격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18일 경기 내용이 좋다면 구체적인 1군 합류 시점이 오고갈 가능성이 있다. “선발과 불펜 모두에서 활용할 수 있다”라며 보직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이 감독이지만 현재 SK 마운드의 상황을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에 가깝다.
이미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이 보인다. 선발과 불펜으로 번갈아가며 등판하고 있는 고효준이다. 3군에서 뛴 2경기에서도 그랬다. 1일 한화 3군과의 경기에서는 불펜으로 나서 19개의 공을 던지며 1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6일 고려대와의 경기에서는 선발 등판해 2⅔이닝 동안 무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밝은 전망을 만들어내고 있는 고효준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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