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호텔킹’ PD 교체를 두고 평 PD들과 사측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평PD들은 교체 이유가 정당하지 못하며 제작 자율성 침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사측은 자율성 침해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드라마본부 소속 평PD들은 16일 오전 여의도, 일산 사옥과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호텔킹 연출교체에 대한 드라마국 평PD들의 입장’이라면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OSEN이 입수한 바에 따르면 평PD들은 “지난 8일 오전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호텔킹’의 연출이 강제하차 당했다. 처음에 알려진 ‘PD 개인의 일신상 이유’ 따위는 없었다”고 김대진 PD에서 애쉬번(최병길) PD로 교체되는데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연출자의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어서도, 심지어 시청률 저조의 책임을 물어서도 아니다. 단지 작가가 연출을 교체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본을 쓸 수 없으니 결방과 연출 교체 중 택일하라고 ‘협박’했기 때문”이라고 교체 과정에 조은정 작가의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작가를 설득하려 최선을 다했다’는 데스크의 노력은 ‘결방’이라는 단어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선배 대신 메인연출 자리를 제안 받았던 공동연출도, 강제로 프로그램에 대체 투입된 새 연출도, 데스크가 배우 대기실을 돌며 새 연출을 인사시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조연출도 눈물을 삼켜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드라마본부의 의사 소통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다. 협회는 “이제 드라마 현장에는 이성도, 원칙도, 후배도, 조직도 없이 ‘무조건 결방만 막으면 된다’는 관료주의적 무사안일만 있는 것인가. 인간의 삶을, 그 기쁨을, 또 그 슬픔을 가장 깊이 고민하고 이야기해야 할 드라마가, 구성원의 인격을 처참히 살해하고도 작가 비위에 맞춰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되는 싸구려인가. MBC 드라마국이라는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 안 들으면 징계 내릴테니 ‘가만히 있으라’는 것인가”라고 연출 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MBC 드라마호는 침몰하고 있다. 시청률 앞에 드라마가 지켜야 할 진정성 따위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지 오래다. MBC 드라마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드라마의 본질로 다시 돌아가도 모자랄 데스크는 오히려 언발에 오줌누기식 막장 방송을 내보내기에 급급하다. 가라앉는 배 안의 우리들은 자율성도, 창의성도 거세당한 채 속수무책으로 현장에서 고립되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협회는 이번 교체 논란에 대해 “이번 사태는 이러한 드라마국의 침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자, 좋은 프로그램 만들고 싶다는 우리 PD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번 사태를 좌시한다면 앞으로 어떤 작가, 제작사, 배우도 연출을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껌 같은 존재로 치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콘텐츠 제작의 핵심역량인 PD들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하여, MBC 드라마국을 ‘막장 양산소’로 전락시킬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모든 사태를 바로잡는 첫 걸음으로 우리 MBC 드라마국 평PD들은 ‘호텔킹’ 연출 김대진 PD의 즉각 복귀를 요구한다. 연출을 바꾸지 않으면 대본 못 내놓는다는 작가의 ‘협박’이 끝까지 작품을 지키려고 했던 연출을 경질한 이유라는, 데스크의 변명을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김대진 PD의 복귀를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현장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배우나 스태프의 위로 문자에 답조차 못하는 동료를 위해, 조직의 결정에 항의하면 징계하겠다는 위협 앞에 지금도 수치심을 감내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동료들을 위해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순간까지, 우리의 행동은 계속될 것임을 천명한다”고 향후 문제 제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PD들이 김대진 PD의 하차 이후 긴급 회의를 가지고, 드라마국장과의 면담을 하는 등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드라마국장 등 드라마본부 간부들은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내홍이 더이상 커지지 않고 수습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MBC 홍보국은 지난 15일 오후 OSEN에 “‘호텔킹’ PD 교체가 제작 자율성 침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당 작가와 PD사이의 관점 차이에서 발생한 일로 좀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진통으로 이해해 달라”라고 사측의 해명을 전달한 바 있다.
한편 연출자 교체로 잡음이 일고 있는 '호텔킹'은 교체된 PD와 책임프로듀서가 현장에 투입되면서 촬영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장 오는 17일과 18일 방송은 정상적으로 전파를 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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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