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안방이 강한 이유는 용덕한이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투수들의 깊은 신뢰를 얻고 있는 선수가 바로 용덕한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용덕한의 팀 내 입지에 변화가 생겼다. 퓨처스리그를 평정한 장성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장성우에 대한 기대감은 시즌 시작 전부터 계속 높아만졌고, 팀 내 '넘버2' 포수 자리는 장성우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였다. 만 24세에 1차지명, 그리고 군문제를 해결한 장성우는 롯데의 미래로 여겨졌다.
용덕한은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자기 자리를 지켰다. 퓨처스리그에 머문 시간이 더 길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2군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롯데는 퓨처스리그 14경기에서 타율 3할6리 2홈런 9타점으로 훌륭한 성적을 거둔 용덕한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장성우가 결국 2군으로 내려갔고, 용덕한이 1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6일, 용덕한은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포수로 출전했다. 주전 강민호가 체력안배 차원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고, 용덕한은 포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선발 김사율과 배터리를 이룬 용덕한은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넥센 불방망이를 잠재우는 데 힘을 보탰다.
잘 알려졌다시피 넥센은 장타력이 뛰어난 팀이다. 팀 홈런 1위가 이를 말해준다. 용덕한은 넥센 타자들과 정면승부를 펼치는 대신 바깥쪽 위주로 유인하는 공을 던지도록 리드했다. 때문에 볼이 많아져 김사율은 4⅓이닝 4볼넷 5피안타 3실점으로 5회를 채우지 못했지만 5선발로는 부족하지 않은 피칭을 했다.
타자 용덕한도 빛났다.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했지만 멀티히트를 날리면서 하위타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1-3으로 끌려가던 5회에는 선두타자로 등장, 중견수 앞 안타를 치고 나갔고 이후 2사 만루에서 손아섭의 우전 적시타 때 홈을 밟는 데 성공했다. 또한 3-3으로 맞선 6회에는 2사 2루에서 결승 1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경기를 가져왔다.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용덕한의 팀 내 입지는 불안정했다. 그럼에도 용덕한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하며 자기 자리를 지켰고 결국 기회가 왔다. 주전포수 강민호와 다른 매력을 지닌 용덕한, 강한 롯데를 상징하는 진짜 알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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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