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실책에 날아간 전유수의 투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16 22: 09

앞선 투수는 타구에 맞아 쓰러졌다. 그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역시 얼마 전 타구에 맞은 뒤 첫 등판을 가지는 선수였다. 전유수(28, SK)의 책임감이 빛났지만 동료들의 실책에 그 투혼도 씻겨내려갔다.
SK는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또 한 번의 불운을 맛봤다. 선발투수로 나선 윤희상이 1회 2사 만루 상황에서 송광민의 타구에 맞았다. 가까스로 공을 다시 잡아 1루로 던져 아웃시키며 실점을 막아내기는 했으나 너무나도 대가가 컸다. 오른손에 타구를 맞은 윤희상은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정밀검진 결과 오른손 새끼 손가락 중수골 골절 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윤희상이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있는 사이, SK 불펜에는 비상이 걸렸다. 1회 상황이라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부랴부랴 전유수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당연히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전유수도 몸 상태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타구의 아픔을 알고 있는 부상 경력 보유자였던 탓이다.

전유수는 지난 13일 문학 두산전에서 9회 홍성흔의 투수 강습 타구에 오른 팔꿈치를 맞았다. 스스로도 “맞는 순간은 부러지는 줄 알았다”라고 할 정도로 정면에 맞았다. 하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피해갔다. 2~3일 정도 쉬면 다시 던질 수 있다는 판정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욱신거리는 팔꿈치에는 피멍이 크게 든 상황이었다. 그런 전유수는 윤희상의 아픔을 공유한 채 마운드에 올랐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피칭은 좋았다. 2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정리했고 3회 2사까지도 잘 잡았다. 5타자 연속 범타였다. 그러나 2사 후 정근우의 3루수 방면 타구 때 신현철이 송구 실책을 저지르며 위기가 시작됐다.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이 돌변했고 결국 흔들린 전유수는 김태균 피에 송광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자책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한화 쪽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신현철을 격려하고 또 위로하는 전유수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4회도 잘 막으며 팀이 도망갈 수 있는 발판을 놨다. 하지만 2회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에서 공을 더 던지고 피로감은 5회에 드러났다. 5회 선두 정근우와 김태균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했고 피에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결국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투혼은 투혼이었지만 실책은 그 투혼까지 무너뜨렸다. 결국 팀도 3-5로 지며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