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술(30)과 하승진(29)이 한 팀에서 뛴다. KCC 왕조의 회귀이자 타 팀들에게 재앙이다.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1차 협상이 지난 15일 마감됐다. 그 결과 최대어였던 김태술(30)은 KGC인삼공사와 총 보수 6억 2000만 원, 계약기간 5년의 조건으로 재계약한 뒤 KCC로 이적하는 사인&트레이드에 합의했다. KCC는 김태술의 대가로 강병현과 장민국을 내준다.
1,2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강병현과 지난 시즌 부쩍 성장한 포워드 장민국의 출혈은 물론 아쉽다. 하지만 장민국의 역할은 하승진의 복귀로 어느 정도 상쇄가 가능하다. 고질적 허리부상에 시달리는 강병현은 김민구로 대체가능하다. 강병현과 하승진은 다음 시즌을 끝으로 FA자격을 얻는다. KCC 입장에서 두 선수 모두에게 최고대우를 보장하기는 부담스러웠다. 핵심은 하승진이기 때문이다.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포인트가드와 센터다. 특히 정통포인트가드와 정통센터는 위력이 엄청나지만, 날이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 김태술과 하승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동포지션 최고의 선수다. 여기에 나란히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프로농구 역사상 포인트가드와 센터 랭킹 1위 선수가 함께 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은퇴한 ‘국보센터’ 서장훈은 현역시절 황성인, 임재현, 주희정, 강혁 등과 호흡을 맞췄다. 정상급 가드들이지만, 넘버원 정통 포인트가드는 없었다. 서장훈은 오직 연세대 또는 국가대표팀에서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중국을 잡을 정도로 가드-센터 콤비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난 2007년 FA자격을 얻은 서장훈과 임재현은 나란히 KCC에 입단했다. 서장훈은 ‘이상민과 뛰고 싶다’는 뜻을 이루기 위해 몸값을 7000만 원이나 깎으며 연봉 4억 원에 전격 팀을 옮겼다. 하지만 KCC는 보호선수 3명으로 서장훈, 임재현, 추승균을 지명했다. 이에 서장훈의 원소속팀 삼성이 이상민을 보상선수로 지명하는 희대의 촌극이 빚어졌다. 결국 이 여파로 ‘KCC의 상징’이었던 이상민은 라이벌 삼성으로 넘어와 감독까지 부임하는 엄청난 나비효과가 발생했다.
하승진은 4시즌 동안 2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경험했다. 특히 3년 동안 전태풍과 호흡을 맞췄다. 빠른 농구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전태풍이지만, 하승진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전태풍은 “하승진한테 공주면 그냥 끝이야 끝”이라고 할 정도로 위력을 인정했다. 더구나 이제는 수비자 3초룰도 폐지됐다. 페인트존에서 하승진을 끌어낼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패스마스터’ 김태술이 221cm의 하승진에게 공을 넣어 주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하승진은 언제 어디서든 패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김태술 역시 ‘골밑의 지배자’ 하승진이 주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다른 팀 입장에서는 하승진이 골밑에 자리를 잡기 전에 공격을 끝내거나 외곽슛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하승진이 있다고 KCC의 공격이 꼭 느린 것도 아니다. 김태술과 김민구가 펼칠 속공도 상당한 속도감을 자랑할 것이다.
김태술이 가세한 KCC는 역대 프로농구 우승팀과 견줘도 전혀 손색없는 최강진용을 구축하게 됐다. 더 무서운 점은 ‘뽑기의 달인’ 허재 감독의 천운이다. KCC는 12.5%의 확률로 국가대표 포워드 이승현을 뽑을 수 있다. 이미 전태풍, 하승진, 코트니 심스, 김민구를 손수 뽑았던 허 감독이다. 가능성을 전혀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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