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문제는 아니다. 원래 시즌 초반에는 좋지 않았다. 계속 좋아질 것이다".
한화 외국인 투수 케일럽 클레이(26)가 복귀전에서 선발승 거두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클레이는 16일 대전 SK전에서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4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막고 한화의 5-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시즌 최다 102개의 공을 뿌리며 5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100% 만족스런 투구는 아니었지만 2군에 내려가기 전보다 한결 더 나아진 모습이었다.
롯데와 시즌 개막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클레이는 그러나 이후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했다. 1군 말소 이전 3경기에서는 모두 4이닝 미만 투구로 조기강판됐다. 시즌 7경기 2승3패 평균자책점 6.53은 한화가 클레이에게 기대한 모습과 동떨어진다. 지난 4일에는 어깨 염좌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2군에서 생활이 재충전 시간이 됐다. 클레이는 "서산은 야구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어깨 근력이 약해졌는데 이곳에서 웨이트·스트레칭으로 몸을 잘 만들었다"며 "이정훈 2군 감독과 이건영 멘탈코치와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힘을 얻었다. 서산이 조용하고, 자연적인 환경이라 마음이 평온해졌다"고 말했다.
클레이 스스로 생각하는 시즌 초반 부진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주위에서는 클레이의 멘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표정부터 자신감이 결여돼 있어 피해가는 피칭을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에 클레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신적인 문제는 아니다. 어깨를 비롯해 컨디션의 문제가 가장 크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클레이는 "그동안 던질 때 어깨 근력이 약해져 원하는 피칭을 할수 없었다. 작년에도 그렇고, 매년 시즌 초반에는 좋지 않았는데 올해도 그렇다. 시즌을 치를수록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 타입으로 날이 더워지면 점점 힘을 내는 스타일. 구위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다만 성공을 위한 필수 과제가 있으니 바로 볼넷 줄이기다. 클레이는 미국에서 제구가 좋기로 소문난 투수였으나 올해 한국에서는 30⅓이닝 동안 20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9이닝당 볼넷 5.93개. 이에 대해 클레이는 "한국의 스트라이크존도 좁지만 아직 공인구가 손에 익지 않았다. 미국 공보다 표면이 까칠해서 그립감이 다르다. 몸 상태도 안 좋아서 볼넷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 스스로도 볼넷 줄이기를 최대 관건으로 보고 있다. 클레이는 "내게 최우선 과제는 볼넷을 줄이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투구하며 맞혀잡는 것이 내 스타일인데 그게 잘 안 된다. 제구력을 잡기 위해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며 "홈런을 맞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홈런은 늘 맞아 온 것이다. 홈런보다 볼넷을 줄인다면 지금보다 좋은 피칭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코칭스태프에서는 그를 믿고 기다려주고 있다. 스스로 보완해야 할 과제를 잘 알고 있는 클레이가 슬로 스타터답게 팀의 믿음에 보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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