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7위’ 부상 악령에 무너져 내린 SK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5.17 07: 33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하던 팀이 부상이라는 악령을 만났다.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순위가 6계단이나 하락했고 이제는 그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이르렀다.
SK는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패함에 따라 최근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공수주 모두에서 좋지 않은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선발진은 좀처럼 경기를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고 이에 가뜩이나 불안한 불펜의 문제는 더 도드라졌다. 타선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리그 최다 실책(39개)을 저지르고 있는 수비에 이르면 할 말이 없어질 정도다.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팀 전력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온전한 전력이라면 치고나갈 힘이 있을 텐데 아쉽게도 SK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부상자 때문이다. 물론 부상자 하나 없이 시즌을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SK의 경우는 ‘불운’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신세를 한탄할 만하다. “고사라도 한 번 다시 지내야 할 것 같다”라는 구단 관계자들의 말은 이런 SK의 사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사실 SK의 올 시즌 근래 들어 가장 온전한 전력으로 시작했다. 대다수 선수들이 좋은 몸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해 7위로 떨어진 아픔, 그리고 올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행사를 앞두고 있는 선수들도 많아 동기부여도 괜찮았다. 그러나 이는 부상 악령에 발목이 잡혀 한 달도 가지 않았다. 특히 경기 중에 불의의 사고로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코칭스태프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시작은 주장이자 내야 수비의 핵심인 박진만이었다. 박진만은 4월 1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5회 이승엽의 타구를 쫓다 잔디에 걸려 넘어져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박진만은 정밀검진결과 3~6개월 가량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날벼락같은 소식을 접했다. 내야 수비를 든든하게 잡아줄 수 있는 박진만의 부상은 SK 수비력의 누수를 의미했고 공교롭게도 SK 수비는 그 후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다.
부상 악령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번졌다. 선발투수인 로스 울프는 4월 11일 대구 삼성전 이후 오른쪽 전완근에 이상을 느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올 시즌 딱 세 경기를 뛴 뒤 찾아온 부상이었다. 한 달 가까이 전열에서 이탈해 있었고 지난 13일에야 겨우 복귀전을 치렀다. 4월 22일 문학 NC전에서는 루크 스캇이 1루로 뛰던 중 상대 1루수 에릭 테임즈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왼 손목을 다쳤다. 당초 큰 부상이 아니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회복이 더뎌 스캇도 결국 13일 울프와 함께 복귀했다. SK는 20일 넘게 핵심전력이라는 외국인 두 명 없이 시즌을 치렀다.
스캇이 경기 중 부상을 당한 지 이틀 만에 베테랑 포수 조인성도 경기 중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맛봤다. 4월 24일 문학 NC전에서 1회 상대 타자 테임즈의 파울팁 타구를 받는 과정에서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었다. 한 달 정도 재활 기간이 필요한 상태로 아직 복귀하지 못한 상황이다. 조인성의 부상으로 SK는 정상호의 체력적 부담이 커지는 등 안방 운영이 꼬였다.
불운의 절정은 윤희상이 이어받았다. 윤희상은 4월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경기 첫 타자 김문호의 타구에 급소 부위를 맞는 아찔한 장면으로 열흘 간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리고 복귀 두 번째 경기였던 16일 한화전에서는 1회 송광민의 타구에 오른손을 맞아 새끼손가락 중수골 골절이라는 판정을 받고 다시 전열에서 이탈했다. 올 시즌 가장 불운했던 선수로 기록되기 충분한 사연이다.
이 선수들에게 고질병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 경기 중 불의의 사고로 얻은 부상이었다. 말 그대로 운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운이 몇 개나 모인 SK의 시즌은 점점 힘겨워지고 있다. 핵심 없이 힘겨운 시즌을 치른 나머지 선수들은 몸과 마음은 벌써부터 지쳐 있다. 어쩌면 더 이상의 불운이 없기만을 바래야 하는 SK의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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